우디 앨런의 동병상련? 와인스타인에 “마녀사냥 안 돼”

입력 2017-10-16 16:50
사진=영국 BBC 웹사이트 캡처

입양한 딸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상습적인 성폭행 혐의를 받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두둔하는 듯한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앨런은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모두에게 매우 슬픈 일”이라며 “관련된 불쌍한 여성들에게는 비극이고, 삶이 엉망이 된 하비에게도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와인스타인을 향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서는 “‘마녀사냥’ 분위기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와인스타인을 두둔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여성에게 윙크하는 모든 남성이 자신을 방어하려고 갑자기 변호사를 불러야 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내게 와서 끔찍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자신은 영화 제작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감독과 제작자로서 1990년대에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앨런의 ‘마녀사냥’ 발언은 곧바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러자 앨런은 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성명을 보내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슬픈 일이라고 말한 것은 그가 슬프고 아픈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이 말이 다르게 받아들여져 놀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모호함도 없도록 내 의도와 감정을 분명히 말한다”고 덧붙였다.

앨런의 입양딸인 딜런 패로는 2014년 미국 뉴욕타임스에 공개서한을 보내 “7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우디 앨런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가? 그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라고 말문을 연 뒤 “7살 때 아버지는 나를 어둡고 벽장처럼 생긴 다락으로 데려가 동생의 기차놀이 장난감 앞에 엎드리게 한 뒤 성추행했다. 그 이후로 장난감 기차를 보는 것이 괴롭다”고 털어놨다.

앨런은 이미 1992년 패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담당 검사가 “상당한 근거”는 있으나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앨런은 아동 성추행 의혹에 대해 줄곧 결백을 주장해오고 있다.

최근 우디 앨런의 신작 ‘원더 휠’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호흡을 맞춘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우디 앨런의 성추행 혐의 때문에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한동안 고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