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야산에 묘를 쓰려는 장의차를 가로막고 유족으로부터 350만원의 돈을 받은 마을 주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16일 부여경찰서는 기부금 명목으로 통행료를 받은 옥산면의 한 마을 이장 A씨 등 4명에 대해 장례 방해와 공갈 혐의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장 A씨는 13일 조사를 마쳤다.
경찰서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이틀에 걸쳐 공갈협박에 가담한 주민 4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면서 “이들에게 공갈죄를 적용할 계획인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또 장례방해혐의(3년 이하 징역)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장 A씨 등 4명은 지난 8월 8일 오전 7∼8시 사이 B씨 유족이 어머니 시신을 장의차에 싣고 마을 위쪽 1.5㎞ 떨어진 지점 개인 산에 안장하기 위해 통과하는 운구차량 4대를 1t 트럭으로 가로막고 300만원을 요구했다. 앞서 이장 A씨는 한시간 전 매장용 묘지 굴착을 준비하던 포크레인 기사를 찾아가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유족 B씨는 “대전에서 장례를 도운 장의업체 직원과 통화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통행료 3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장의 버스가 마을 옆길을 통과할 수 없다며 막고 있다’고 하더라”며 “설마 했는데 도착해보니 트럭들이 좁은 도로를 차단했고 험악한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마을 옆에 묘소를 쓰는 것도 아니고 1.5㎞나 떨어진, 마을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산속에 묘지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절대 돈을 못 준다고 했더니 마을 사람들이 ‘300만원이 안 되면 마음대로 해라. 이젠 500만원 안 내면 절대 통과 못 시킨다’며 액수를 올리고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마을 사람들과 대치하던 유족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내 유족들은 더운 날씨에 어머니의 시신이 상할까 걱정해 금액을 최대한 낮춰 합의를 볼 것을 결정했다. 경찰이 오면 길어지는 절차를 염려한 결정이었다. 유족들은 350만원에 합의 본 뒤 영수증을 받은 후에야 장지로 출발할 수 있었다.
유족들이 모든 절차를 끝낸 시각은 오후 3시.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어진 시각이었다. 이날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집으로 돌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서를 냈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우리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100만원까지는 줄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500만원으로 올리더라”며 “이건 마을 발전을 위한 ‘선의의 통행세’가 아니라 명백한 갈취행위고 장례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사건에 대해 마을 이장은 “내가 ‘여긴 마을 법이 그렇다’며 포크레인 기사에게 작업을 중단시킨 뒤 마을회관으로 내려갔었다”며 “돈은 강요 안 했다. 주겠다고 해서 받은 것뿐인데 유족들이 반발한다니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옆 300m 이내 묘지를 쓸 수 없도록 한 장사법이 개정된 10여년 전부터 우리는 300m 이내에는 어떤 경우도 묘지를 못 쓰게 하고 있다”며 “300m를 넘는 경우엔 마을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통행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