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안전자산' 인식에 가격 급등… 골드만삭스 시총 앞질러

입력 2017-10-16 17:21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북핵 위기, 카탈루냐 독립, 유가 불확실성 등 각종 글로벌 리스크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1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5808.72달러(약 654만8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5일 오후에 5500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16일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 5606.56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연초 900~1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던 시세는 4월 2000달러를 돌파한 뒤 9월에는 5000달러 선도 뚫어냈다.

9월 중순 이후 각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대형 비트코인 거래소가 폐쇄되면서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10월 들어서는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살아나면서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950억 달러(약 107조1000억원)를 넘어서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약 920억 달러)을 앞질렀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향후 8년 동안 1조 달러(약 1128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이 단시간에 급성장하면서 가상화폐는 세계 경제 리더들 사이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에선 주요 인사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다양한 언급을 내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3일 CNBC에서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금융당국들이 디지털 가상 화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는 (기존 금융 서비스 산업의) 대규모의 붕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나의 희망은 (IMF가) 핀테크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핀테크는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라며 가상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톤 실라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가상화폐의 부상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며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세계는 가상화폐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상화폐 시장 운영을 위한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이 돈세탁 등에 활용돼 법률을 위반한다면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금융기관이 그 가치를 보전해주는 일반 화폐와 속성이 달라 거품이 꺼질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등 불법적인 영역에 사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제러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트코인 열풍을 400년 전 네덜란드의 튤립 투자 거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선 '명품 튤립'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면서 튤립의 구근이 집값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튤립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공황으로 이어졌다.

다이먼 CEO는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가상화폐의 종말이 좋지 않을 것이다.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라며 "그건 사기다. 튤립 구근(알뿌리)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JP모건 직원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경우 두 가지 이유로 즉각 그들을 해고할 것"이라며 "우선 그것은 규정 위반이다. 그리고 멍청한 짓이다. 두 가지 모두 위험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핑크 CEO는 "우리는 거래 중개인이 누군지, 채굴 회사가 등록은 돼 있는지, 누가 비트코인을 생산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며 "이것들은 국가의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