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유영하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변호인단 전원 사임 의사를 전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인멸하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참 견디기 어려운 모멸감을 극한의 인내로 참아왔다”며 “변호인들도 개인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건이지만, 이 사건이 지니는 역사적 중요성과 소명 의식에 성실히 임해 왔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들은 더 이상 재판 절차에 관여할 어떠한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어떠한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졌다”며 “사법 역사상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또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허허롭고 살기 가득한 이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유 변호사를 바라보며 함께 오열했다.
변호인단의 결정에 재판부는 “외적인 고려 없이 피고인의 구속사유를 심리해서 영장 재발부를 결정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변호인단이 사퇴하면 새로운 변호인이나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럼 심리가 굉장히 길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재판에 협조해주길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신문이 예정된 오는 19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