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연장 한탄 “믿음이 배신으로, 삶을 잃었다”

입력 2017-10-16 10:57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법무부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연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법정에서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왔다.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시한은 당초 이날 자정까지였다. 롯데‧SK그룹 뇌물 관련 혐의를 포함한 구속영장이 지난 13일 추가 발부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1심 선고공판 전까지 최대 6개월 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구속기간 연장을 승인한 재판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동안 공판에서 “예”라고 짧게 답하거나 “다음에 말하겠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했지만, 이날만큼은 작심한 듯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뒤 주당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못했던 배신으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나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나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한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해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하지만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힐 마음으로 담담히 견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 연장 사유로 지목된 롯데‧SK그룹 뇌물 관련 혐의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기간 중 롯데, SK뿐 아니라 어느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법무부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사임 의사를 직접 전했다. 그는 “변호인단이 오늘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앞으로의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공범으로 지목된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도 요구했다. 그는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나에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묻고, 나로 인해 법정에 선 기업인과 공직자들에게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