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 인증서 원본 2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고 있었다가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보인 경복궁 근정전 기둥이 휘어진 것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화재 보존에 앞장서야 할 문화재청이 오히려 문화재를 방치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8월 세계유산 7건, 세계기록유산 2건의 등재 인증서 원본이 분실된 사실을 알렸다. 이어 소재와 분실 경위를 파악했지만 원본은 찾을 수 없었다.
분실됐다던 세계유산 인증서 원본 중 2건인 경주 역사유적지구와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인증서는 문화재청 내부에 있었다. 200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두 유산 인증서 원본이 다른 인증서들과 함께 보관돼왔던 것이다. 다행히 인증서 분실은 면했지만, 문화재청이 인증서를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 인증서 관리현황 확인결과’를 문화재청에 요구하면서 밝혀졌다. 하지만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화성 등 세계 유산 5건과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등 세계기록유산 2건의 소재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문화재청은 인증서 분실 사실이 알려지고 보관 상태를 확인한 뒤 최근 보관 중인 세계유산 등 인증서 원본 및 재발급본 44건 전체를 문화재청기록관으로 이전했다.
문화재청에 대한 지적은 또 나왔다. 국보 제223호로 지정된 경복궁 근정전의 기둥이 중심축에서 16.5㎝나 휘어졌는데도 이를 확인한 문화재청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5일 위원회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연구소)가 지난해 2월 근정전에서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전각을 떠받치는 가장 안쪽의 기둥인 내진고주 4개가 휘어 있었고 기둥 상부 대들보에서는 균열이 발생했다. 또 근정전 바깥쪽을 지지하는 기둥 외진평주에서도 상부의 구조물이 안쪽으로 변형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연구소는 같은 해 5월 문화재청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원인 분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근정전에 큰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즉시 모니터링을 시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문화재청이 1년 반 가까이 이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은 문제”라며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