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간 文 대통령 “朴정부서 정치 간섭…위상 되살릴 것”

입력 2017-10-15 19:4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일반인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사회의 여성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했으며 현직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2012년 대통령 후보 신분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5년 만에 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정권에서 부산시가 세월호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 금지하면서 영화제가 파행을 겪어온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센텀시티의 한 식당에서 이 지역 대학의 영화 전공학생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저는 부산사람이라 이 영화제가 시작될 때부터 공식적 또는 개인적으로 함께 해왔다. 이번이 대통령의 첫 참석이라 뜻깊다”며 “우리가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부산영화제는 정말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둬 빠른 시간 내에 세계 5대 영화제, 아시아 대표 영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정권에서 정치적 외압으로 파행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실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몇 년간 부산영화제가 ‘좌파영화제다’라고 해서 영화제 지원을 빌미로 정부와 부산시가 정치적으로 간섭했다”며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는 아예 영화제 자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국고 지원금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되면서 영화제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4년 ‘다이빙 벨’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담고 있다며 상영 취소를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이 ‘표현의 자유’를 들어 상영을 강행하자 영화제 예산을 삭감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이밖에도 2년여간 감사원 감사, 서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국내 영화게의 보이콧 등으로 영화제의 두 축인 영화계와 부산시는 지금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과거 위상으로 되살리겠다”며 “그 방향은 자명하다. 정부도 시도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면서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제의) 성장 배경은 정부도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지원하되 철저히 간섭하지 않아 영화제 자체를 영화인에게 맡겨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했기에 영화인들이 가진 저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사명감을 느낀다”며 “많은 영화인이 부산영화제가 정치적으로 돼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 외면하고 지금도 참여하지 않는 분도 있는데, 정부의 의지를 믿고 남은 기간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화제를 살려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계 9개 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관람객 수도 전년도 대비 27.4% 감소하는 등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 영화 '미씽'을 관람한 뒤 관람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 좌우는 배우 엄지현과 공효진 씨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앞서 문 대통령은 센텀시티 8층 영화관에서 한국 사회의 여성문제를 다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했다. 영화제 현장을 단순 방문한 것이 아니라, 직접 영화를 관람하며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2∼3년간 많이 침체한 게 너무 가슴 아파서 힘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사실 영화는 시간에 맞춰서 본 건데,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아, 좋은 영화를 봐서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박근혜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다이빙벨’ 사태 등으로 몸살을 앓은 영화계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대통령의 방문으로 영화제를 보이콧하고 있는 일부 영화 단체들의 입장 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