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억원 이상 지원 원자력 연구용역 논문 중복·표절 의심”

입력 2017-10-15 17:08 수정 2017-10-15 18:03
원자력발전소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정부가 원자력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10억원 이상을 지원한 정책연구 용역 논문 10건 중 1건 이상이 중복 제출됐거나 표절로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0억원 이상 출연 정책연구과제(2007~2017년 6월) 성과 논문 21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표절률이 20% 이상으로 조사된 논문이 25건(11.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권 의원은 국내 표절검증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를 사용해 표절률을 산출했다.

유형별로는 같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제출된 논문들이 상호 표절로 의심되는 경우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외 학술지에 이미 제출됐던 논문을 과제 성과물로 제출한 경우, 연구자(연구팀)의 기존 발표 논문과의 표절률이 20% 이상인 경우가 각각 7건씩이었다.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3건 발견됐다.

권 의원은 특히 이미 발표된 논문을 연구성과물로 제출한 것을 심각한 비윤리적 연구행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주관으로 2009년 6월부터 진행된 ‘노심 봉다발 지지격자 재관수 열전달 실험 및 모델 개발’ 과제 성과로 제출된 한 논문은 과제 시작 2개월 전인 2009년 4월 네덜란드 과학 저널 Elsevier에 제출된 논문과 동일한 논문이었다.

서로 다른 과제에 하나의 논문이 성과물로 ‘중복 제출’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3년 10월까지 ‘MMIS 다양성 및 심층방어 선도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2013년 11월부터 ‘인허가 확보/검증기술 개발’ 과제를 별도로 진행했는데 두 과제에 하나의 논문이 중복으로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평가원 측은 권 의원 지적에 “과제수행 시작 이전에 발표된 논문을 성과물로 제출하거나 일정비율 이상 자기븡상호 표절이 의심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다만 2013년 이후에는 과제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이중제출 논문을 연구 성과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평가원이 2013년 이후 심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중복제출븡자기표절 의심 논문 중 2014년 이후에 제출된 것이 14건”이라며 “비윤리적 연구 행태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 후 형사고발 및 연구비 환수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