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자체 방안이 나왔다. ‘슈퍼 공수처’ 우려를 감안해 앞선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보다 규모를 대폭 줄였고, 공수처장 인선 권한도 대통령에서 국회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15일 법무부는 법부·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의 권고 직후 공수처TF를 구성해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과 각계 의견을 검토해 공수처 법무부안을 마련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자체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개혁위가 법무부 장관에게 공수처안을 권고한 지 27일 만이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부패수사기구로 구성된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성역 없이 고위공직자 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또 개혁위 권고안과 마찬가지로 공수처에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모두 부여했다. 부패 척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 검찰과 동일한 권력을 준 것이다.
공수처장의 임명 권한의 중심축은 대통령에서 국회로 이동했다. 개혁위 권고안은 추천위원회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사람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교수 중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반면 법무부안은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4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설치해 2명을 추천한 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한 후 1명을 뽑아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개혁위안이 대통령이 2명 중 1명을 지명하는 것이라면, 법무부안은 사실상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1명을 추리면 대통령은 임명만 하는 방식인 셈이다. 다만 국회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추천된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하도록 했다.
규모도 개혁위의 권고안보다 줄었다. 법무부는 공수처에 처장·차장 각 1명, 검사 25명 이내로 설계했고, 공수처 검사 중 검사 출신은 절반을 넘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직원은 수사관 30명, 일반직원 20명을 포함해 총 50명을 두기로 했다. 처장·차장은 임기 3년 단임이며, 그 외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3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통상 부장 1명과 검사 6명으로 구성된 3개부로 운영(약 21명)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개혁위안은 공수처에 검사는 30~50명, 수사관은 50~70명을 두는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에 달해 ‘슈퍼 공수처’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공수처의 권한남용 견제를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기소 처분 전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 공수처가 자의적으로 특정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재정신청 제도 운영으로 법원에 의한 사후 통제도 받게 했다.
수사대상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정해 현직 대통령도 포함했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불소추특권이 있지만 증거수집 등 수사가 필요한 경우를 감안한 것이다. 대통령 외에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광역자치단체장,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장성급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검사 부패범죄는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없도록 공수처에서 전속 수사하게 하고 검찰의 관여를 차단했다.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법무부는 “공수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돼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