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공론조사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2박3일 종합토론회가 15일 마무리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의 토론 결과를 토대로 오는 20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건설중단·재개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을 24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1차 전화조사에서 2만6명의 응답을 받고 표본에 맞춰 시민참여단을 선정했다. 시민참여단은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2차 조사에 응했고, 지난 13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2박3일 간의 종합토론을 시작했다. 토론회 첫날인 13일 저녁 3차조사에 참여한 뒤 14일에는 5·6호기 중단 또는 재개 주장을 토론하는 ‘종합 토의’와 안정성 및 환경성을 주제로 한 ‘쟁점토의’가 진행됐다. 15일에는 전력 수급 등 경제성을 주제로 한 쟁점 토의와 마무리 토의가 10시간 가까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4차 조사가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선 기간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공약했지만 공기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4차 조사에서 건설 중단과 건설재개 응답 비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다. 4차 조사 결과 양쪽의 응답비율이 명확히 차이가 나면 그에 따라 권고안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응답 비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라면 공론화위의 ‘서술적인’ 권고안을 토대로 정부가 최종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에서는 원전 건설 재개 또는 중단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나서 각각의 입장을 설명했다.
◇원전 찬성 전문가 “원전 토대 위에 신재생에너지 성장 가능”
먼저 원전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는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측이 부분의 사실만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어 반대측의 설명 자료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년에는 전기가 남아 원전이 불필요하다고 하지만 상시 전기 생산이 어려운 태양과 풍력 에너지로는 부족해 2025년 이후에는 5~6기의 대형 발전소가 필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원전을 짓지 않을 경우 결국 석탄발전소나 가스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가스 발전은 원료의 수입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미 건설이 30% 진행된 신고리 원전을 포기해서 얻는 장점도 크지 않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이나 화력·가스발전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다. 공사를 재개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으로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정부의 신뢰 회복과 같은 추산할 수 없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이 기술적으로 성숙해 선진국 수출 가능성이 커 성장으로 가는 골든 타임을 앞두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 70년대 아무 것도 없던 시절에서 태어난 원자력발전이라는 큰아들이 이제 장성해 외국에 취업을 하려고 한다. 큰아들이 취업해 돈을 벌어야 막내 동생인 신재생에너지도 키울 수 있다.
“원자력계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발전을 100% 지지하지만 신재생하기 위해 원자력을 짓지 말자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신고리 잘 짓고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원전 반대 전문가 “4차 산업혁명, 신재생에너지 통한 로컬에너지로 대비해야”
원전 중단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나섰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충당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로컬푸드를 이용하듯 에너지도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로컬에너지를 세계 곳곳에서 실현해나가고 있다.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멈출 계획을 갖고 있는 독일은 지금도 재생 에너지를 30% 사용하고 에너지 자립도가 70%를 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초고압 송전망으로 끌어와 우리나라 전력의 31%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보급하며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다.
“경기도는 신축 중인 도청사를 에너지 자립 건물로 설계를 변경하는 등의 노력으로 전력 자립도가 42.8%까지 늘어났다. 이밖에도 충남과 제주도도 서울, 경기도와 함께 에너지 자립에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결국 사고가 났다는데 있다. 원자력 사고의 가능성은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인간의 실수 등 다양하다.
“또 국내 원전 노동자들 중 절반이 협력업체나 비정규직으로 종사하는 등 관리 인력의 전문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발전소에서 무조건 전기를 많이 만들어 가정과 공장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똑똑하게 만들어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로컬에너지가 원전이 밀집한 지역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이미 현실성 있고 안전한 에너지가 있는 만큼 신고리 원전과 같은 위험에 투자해서는 안된다. 지금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할 가장 좋은 기회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