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끄다 순직한 소방관에 ‘보상금 안 준 지자체’…소송서 패소

입력 2017-10-15 09:50 수정 2017-10-15 10:13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뉴시스

산불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한 보상 청구를 거부한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에서 패해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충북 괴산군에서 산불 진화대원으로 일하던 A(사망당시 67세)씨는 지난해 4월 사리면 소매리 백운산 뒷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진화 작업 중 소방차의 물이 바닥나자 A씨는 주차장으로 소방차를 옮긴 뒤 물탱크에 물을 채웠다. 그러던 중 A씨는 바닥으로 추락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를 받았지만 3일 만에 숨을 거뒀다.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월 99만원의 유족 보상연금과 1000만원을 장의비를 받았다. 유족들은 괴산군에도 산불 피해 사상자 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괴산군은 “이미 유족 연금이 지급되고 있고, 산림보호법령상 직무 중 사망한 사람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유족의 청구를 거부했다.

산림보호법 제 44조에는 “산불 방지 작업 또는 인명 구조 작업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A씨의 부인은 괴산군수를 상대로 산불 피해 사상자 보상금 지급 거부처분 최소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 행정부(부장판사 양태경)는 이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직무상 행위 여부와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은 무관하다”며 “괴산군이 근거로 제시한 산림보호법령 규정은 보상금 이중 지급 방지를 위한 것일 뿐 직무상 행위에 대한 보상 배제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짚었다. 또 “보상금 지급 대상 요건을 충족한다면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자유재량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고 괴산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산림보호법에 따른 보상금에서 유족연금을 제외한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단순히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괴산군의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