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보내달랬더니 팬티, 스타킹까지…” 쓰레기를 기부한 사람들

입력 2017-10-15 07:59

얼마전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유기동물보호센터에 한 무더기의 쓰레기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A씨는 9월 블로그, 카카오토리 등의 SNS에 헌 옷을 기부받는다는 글을 올렸다. 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방석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A씨의 게시글은 많은 동물애호가들의 호응을 얻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져나갔다.
 
기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문의가 빗발쳤다. 곧이어 하루에도 몇 번씩 택배박스들이 보호센터로 도착했다.  A씨는 동물들이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배송된 헌옷들은 대부분 방석을 만들기에 적합하지않은 ‘쓰레기’들이 대다수였다. 곰팡이 핀 카펫, 찢어진 인견 이불 뿐 아니라 스타킹, 남성 팬티까지 섞여 있었다. A씨는 “아이들이 사람체취가 묻어 있는 걸 더 좋아해서 헌옷 기부를 부탁한건데 이런 게 올 줄은 몰랐다. 부피가 큰 것들도 많아 오히려 쓰레기봉투값만 더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가 SNS에 처음 올린 글에는 ‘안 입는 도톰한 옷의 팔 부분을 자르고 뒤집은 뒤, 구멍을 꿰매 보내달라’고 명시되어 있다. 단추, 지퍼가 달렸거나 니트 소재인 옷, 솜이불은 동물들이 물어뜯거나 걸릴 위험이 있어 사양한다는 말도 함께 써 있다.

그럼에도 보호센터에 보내진 물품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 대다수였다. 결국 기부받은 물품의 거의 대부분은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게 됐다.

마지막으로 A씨는 “꼭 새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 아이가 쓸 물건이라 생각하고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조사한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센터는 281곳인 데 반해 센터에서 생활하는 유실·유기동물은 89,732마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지가 마땅치않다 보니 대부분의 동물들은 야외견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