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지호-김주원, ‘라빠르트망’으로 첫 연극 무대 선다

입력 2017-10-14 22:11 수정 2017-10-15 17:11
연극 ‘라빠르트망’의 주연 배우 오지호(오른쪽)와 김주원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는 스타 배우와 몸짓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유명 발레리나가 연극 무대에 처음 선다. 배우 오지호(41)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발레리나 김주원(40).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주인공 막스와 리자 역할로 연극 데뷔를 앞둔 이들을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라빠르트망은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1996)을 무대로 옮긴 작품. 영화는 98년 영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2004년 할리우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로 재탄생했다. 막스가 현재 약혼한 여인 뮤리엘과 과거 사랑한 여인 리자,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인 앨리스와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보여준다. 아래는 두 배우와 일문일답.

공연 개막을 앞둔 소감은.

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어제 연습하는데 조연출이 일정표를 붙이시더라고요.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꿈도 꾸고요. 무대에 올랐는데 혼자 있는 꿈이었어요(웃음).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긴장 전혀 안 하죠. 진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에요. 얼른 극장 들어가서 해보고 싶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무대에 선다는 실감이 안 나요. 코앞에 주어진 숙제가 많아서요. 그래도 작품이 완성돼가는 것을 보니 기대돼요. 저도 무대에 오래 선 사람이라서 어떨지 그림이 그려지잖아요. 오빠가 아니라 저만 잘하면 될 거 같아요(웃음). 춤추는 동안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무용수였어요. 무대에 들어가면 몰입하는데 그 전까지는 계속 긴장할 것 같아요.”

연극을 처음 하는 기분은.

오: “아직 무대에 안 올랐지만 희열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직접 연기를 보여주는 매력이 있죠. 스크린을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연극에선 배우들이 몸소 기를 주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희열을 기대하고 있어요. 실제 나의 모습과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이 감동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김: “사실 첫 걸음 뗀 아기 같은 단계죠. 감정을 끌어내는 부분은 연극과 발레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표현하는 수단이 달라져서 처음엔 낯설고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연출의 의도예요. 그래서 고선웅 연출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다른 배우 분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큰 공부더라고요.”

“지난 5월에 처음 연락을 받아서 꽤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연출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큰 소리로 책만 여러 번 읽다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을 빼고 책 읽는 연습을 했어요. 오히려 지금 와서 배우고 있어요. 춤과는 다른 연극적인 부분과 연출만의 표현법. 발성도 처음엔 소리를 크게 내는 게 어색했어요. 일주일 내내 목이 쉬어 있었어요.”

연극 ‘라빠르트망’의 배우 오지호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연극을 계속 할 생각이 있는가.

오: “연극은 처음이지만 재밌어요. 크게 긴장만 안 하면 다음에 또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배우가 많이 나오지 않은 작은 규모의 연극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와 ‘웃음의 대학’ 제의를 받았는데 한다고 했다가 드라마 ‘추노’와 ‘내조의 여왕’이 겹치는 바람에 놓쳤던 적이 있어요.”

김: “라빠르트망 끝나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연기자의 길로 간다고 오해하고 계시나 봐요. 그렇진 않고요. 몸을 평생 써 온 사람이니까 대사로 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컸어요.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을 수도 있어요. 춤출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시선이나 표정 호흡 디테일한 부분이 재밌어요. 이런 것도 신경 쓰면 춤이 더 섬세해지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극 라빠르트망의 특징은.

오: “연극 라빠르트망은 영화와 달리 웃긴 장면이 너무 많아요. 유쾌하기도 하고요. 감정이 가라앉기도 해요. 원작을 유쾌함으로 승화했다고 할까요. 영화로 재탄생했다고 하면 굳이 코미디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연극을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동안 본다고 하면 ‘희로애락 없이 볼 수 있을까’ ‘웃음 없이 볼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영화에선 클로즈업해서 리자 역할인 모니카 벨루치의 눈빛 눈썹 움직임 하나하나 전달 되잖아요. 무대이다 보니 자태 걸음 몸짓으로 대신해야 돼요. 그래서 (연출이) 발레리나를 떠올리신 것 같아요. (영화와 달리) 극 중 모든 배우들이 모두 춤을 춰요. 지호 오빠도 춤을 춰요. 모든 캐스팅을 애초에 염두에 두고 하신 것 같아요.”

극 중 공감하는 캐릭터는.

오: “남자 분들은 막스를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수한 사랑을 했다가 상처를 입은 채 잊고 있었는데 과거의 사랑을 봤을 때. 결혼하기 전이라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극 안에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루시앙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 여자밖에 모르잖아요. 다른 캐릭터는 사랑관이 뚜렷해요.”

김: “알리스 막스 리자 루시앙 모두 이해돼요. 보시면 어떤 캐릭터도 공감할 수 있어서 작품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 한 명을 꼽자면 리자요. 다른 캐릭터는 비틀어졌지만 리자는 간단하고 명확해요. 그대로 믿어요. 그래서 가장 큰 희생자일 수밖에 없어요.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믿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저랑 공통점이 있어요.”

연극 ‘라빠르트망’의 배우 김주원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서로 상대를 평가한다면.

오: “주원이는 진실한 것 같아요. 또 연습을 진짜 많이 해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무용수를 처음 봤어요. 보면서 연극배우가 무용수의 동작을 지니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은 몸 전체를 활용해야 하니까요. 소위 대사가 좀 안 되도 몸짓이 좋으니까 너무 멋있겠더라고요. 동작 자체에 진심이 묻어있으니까 어떤 것을 해도 통하는 것 같아요.”

김: “오빠 정말 멋있어요. 막스로 온 공간을 쏘다니면서 부딪치면서 연기하거든요. 무대에 서면 더 멋있을 거 같아요. 막스라는 캐릭터가 오빠랑 많이 닮았어요. 리자로서 막스를 대할 때 몸짓이나 눈빛에 설레요. 상대를 상당히 배려해주는 배우에요. 같이 연기했던 많은 배우들도 오빠를 그렇게 꼽는대요.”

라빠르트망이 주는 메시지는.

오: “사랑의 감성이에요. 사랑의 감성은 변하지 않아요. 수단이 스마트폰이 될지언정. 결국 사랑은 구석기 시대에도, 지금도 있고요.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다른 인터뷰에선 크로스오버 러브스토리라고 얘기했어요. 연기를 하고 나니 각자의 사랑관이 담겨있는 극이더라고요. 리자 막스 앨리스의 사랑관 모두 달라요. 각자의 사랑을 얘기하는 거예요.”

김: “극 중 편지와 공중전화가 아니면 연락이 안 되잖아요. 잊고 있던 템포가 있더라고요. 아날로그 시대의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 발레 ‘백조의 호수’도 인터미션 2시간 내로 끝내잖아요. 사람들이 기다리는 감각들을 많이 잃어버린 거 같아요. 라빠르트망이 주는 메시지가 클래식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반가워요. 그런 사랑도 필요한 것 같고요.”

권준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