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액션 누아르의 대부 오우삼(우위썬·吳宇森) 감독이 신작 ‘맨헌트’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일본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한 영화는 다국적 배우들의 앙상블로 완성됐다.
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오우삼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오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한국배우 하지원씨와 함께 작업하게 돼 영광이었다. ‘맨헌트’를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처음 방문한 부산영화제를 향한 덕담도 덧붙였다. 그는 “부산영화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영화제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우수한 영화를 소개하고 또 한국 문화와 본질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헌트’는 존경받던 변호사였다 어느 날 갑자기 살인 용의자로 몰린 남자와 그를 쫓던 강력반 형사의 이야기로, 오우삼 감독 작품답게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을 그렸다. 장한위(중국), 후쿠야마 마사하루(일본), 그리고 하지원(한국)이 주연했다.
오우삼 감독은 “존경하는 고(故) 다카쿠라 켄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며 “일본영화의 장점을 소개하고 싶었다. 영화 원작이 아닌 소설을 토대로 재구성했는데, 원작이 1970년대 배경이라 시대적 상황에 맞춰 스토리나 세부 설정에 변화를 줬다. 하지원과 안젤리나 우가 맡은 여자 킬러 캐릭터도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합니다. 캐릭터 구상할 때도 저만의 미적 기준을 가지고 만듭니다. 제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 건 처음인데, 주윤발 양조위를 찍을 때와 다른 건 없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낭만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캐릭터 덕분에 영화가 한층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오우삼 감독)
이번 작품에서 여자 킬러를 연기한 하지원은 “일본 중국 배우들과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았지만 몸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장한위 배우를 처음 만난 날 엔딩을 찍었는데도 어색하지 않았을 만큼 배우들간의 호흡이 좋았다. 무엇보다 오우삼 감독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매 순간 영광스럽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나가는 것에 대해 오우삼 감독은 “현대 젊은 관객들이 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관객에게 감동과 흥분을 줄 수 있는 좋은 영화는 시대와 연령에 관계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 제 작품 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맨헌트’를 보면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우삼 감독은 “액션은 활력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분야다. 앞으로도 계속 액션영화를 할 계획”이라며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고난도 도전을 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기회가 되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영화도 찍고 싶다.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유럽의 한 국가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분께서 ‘아무리 완성도 있는 영화라도 스토리를 전달하지 못하면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액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감정과 낭만적인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는 전 세계의 액션배우와 스턴트맨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액션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활기 가득한 분위기를 좋아하죠. 액션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마음에 듭니다. 다 같이 호흡하는 과정 또한 제게 큰 즐거움입니다.”(오우삼 감독)
부산=글·사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