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25년 연기 인생, 후회되는 한 가지는…” [22회 BIFF]

입력 2017-10-13 19:43 수정 2017-10-14 01:19

배우 장동건(45)이 5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오랜만에 부산의 영화 팬들 앞에 선 그는 영화제를 향한 남다른 애착과 함께 25년차 배우로서 느끼는 감회를 이야기했다.

13일 부산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진행된 오픈토크 ‘더 보이는 인터뷰’에 참석한 장동건은 “5년 만에 부산영화제에 오게 됐다”며 “사실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영화제다. 초창기에 거의 해마다 방문했었고, 제 영화 두 편이 상영된 적도 있다”고 운을 뗐다.

“영화제가 안타까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모두의 마음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산영화제의 국제적인 명성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일련의 상황을 더 좋은 영화제로 거듭나는 과정이자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부산영화제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정치적인 개입이 없기를 바랍니다.”

전날 시상식 사회를 맡기도 한 그는 “사회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수락했다. 다행히 (함께 진행한) 임윤아씨가 노련하고 경험이 많아서 무사히 마쳤다”고 전했다.


장동건은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너스레로 영화 ‘브이아이피’ 소개를 시작했다. 그는 “극 중 국정원 직원 역을 맡았는데 기존 첩보원 이미지가 아니라 피로에 찌든 회사원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예전에는 이종석이 연기한 사이코패스 역이 탐났겠지만, 지금은 표현할 거리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 역할에 끌린다”고 얘기했다.

드라마 ‘아들과 딸’(MBC·1992)로 데뷔한 장동건은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그는 “얼마 전 박중훈 선배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뜨는 청취자 글을 보니 ‘마지막 승부’부터 ‘친구’ ‘신사의 품격’까지 다양하게 언급되더라. 내가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기억을 남기며 살아왔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데뷔 이래 줄곧 톱스타로 살아온 그에게는 단 한 가지 후회되는 지점이 있다.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며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다행이다’예요. 후회스럽거나 아쉬운 건 크게 없어요. 다만 25년이라는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점이 아쉬워요. 작품 선택이나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신중했던 것 같아요. ‘그때 좀 더 저질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장동건은 부쩍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년 만에 드라마 ‘슈츠(suits)’ 출연을 확정지었다. 미드 원작의 작품으로, 극 중 장동건은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 최경서 역을 맡았다.

“1,2부 대본을 먼저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미드와 달리 한국 정서에 잘 맞는 내용인데다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어 출연하게 됐습니다(웃음).”

영화 ‘창궐’ 촬영 중이기도 하다. 장동건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다. 굉장히 심플하고 재미있다. 극 중 저는 조선시대 체재 전복을 꿈꾸는 인물을 연기한다. 왕이 되기 싫지만 될 수밖에 없는 세자 역을 맡은 현빈과 대립하는 설정이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천하의 장동건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최대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이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려나가다 보면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작은 일상에서 오는 행복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잖아요.”

부산=글·사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