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예능으로 떠오른 ‘도시 어부’에게는 없는 것이 많다. 인기 예능의 왕도인 쉴 틈 없는 미션, 육아, 외국인, 스타 PD, 슈퍼스타 게스트가 그렇다. 악마의 편집도 없다. 구설수조차 없는 이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채널A 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 (도시 어부)는 연예계 대표 낚시광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황금 어장을 찾아 낚시를 하는 예능이다. ‘도시 어부’는 철옹성 같은 JTBC ‘썰전’을 최초로 격파했다. 지난 5일 방영한 5회는 시청률은 3.9%로 종합편성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날 기록은 채널A 자체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이 예능이 가장 특이한 점은 목표를 해결해주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이다. ‘낚시’ 외에 프로그램 사이를 채우는 미션은 없다. 가장 많이 낚은 이에게 따라와 완장으로 다음 어장을 선택할 권리를, 5짜(50cm) 이상을 낚은 이에게 황금 배지를 수여한다. 다음 그렇기에 PD와 줄다리기를 할 필요도 없고, 출연진을 서로 방해할 수도 없다.
4회 촬영분에서 이경규는 사전 조사를 위해서 전날 촬영지에 도착했다. 60분 분량이면 60분 만에 촬영이 끝나야 한다는 이경규의 지론에 의하면 ‘가성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에 ‘가성비 복수극’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사소한 것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현재 실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경기 악화로 인해 뭐든지 재고 따져야 하는 상황을 보기좋게 비틀었다. 하루 종일 낚시를 했지만 좋은 것을 낚지 못할 때에도 “오늘은 바다가 안주네요”라며 넘겨버린다.
도시 어부는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 스트레스를 주던 자극적인 인기 예능과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예능적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쉴 새 없이 분량을 만드는 출연진과 이를 센스 있게 포장해준 PD의 능력이 뒷받침되어 재미 또한 보장한다. 때 되면 밥을 지어먹는 예능 tvN ‘삼시 세끼-정선 편’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비슷하다.
‘삼시 세끼’를 필두로 ‘효리네 민박’까지 대박을 터트리며 잔잔한 예능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이들의 유행이 오랜 시간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담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