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은 ‘성욕’, 딸은 ‘맹목적 추종’에 범행… 일문일답

입력 2017-10-13 13:02

결국 밝혀진 이영학의 범행동기는 ‘성욕’이었다. 아내가 사망한 뒤 성욕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지자 ‘손쉬운 상대’를 찾다가 딸의 여중생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택했다. 딸은 그런 아빠와 ‘심리적 종속관계’에 있었다. 아빠에게 희소 유전병을 물려받은 딸은 아빠를 통해서만 세상을 봤고, 그런 아빠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가졌던 것으로 프로파일링 결과 드러났다.

서울 중랑경찰서 길우근 형사과장과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 한상아 경장,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주현 경사는 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른 엄마가 필요하니 친구 데려와…" 

Q. 이영학이 뭐라면서 피해자를 데려오라고 했나
A. 엄마가 죽었으니 다른 엄마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착하고 예쁘니까 그 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더라.

Q. 그럼 수면제는 무슨 상관인가.
A. 수면제를 넣었던 드링크가 원래 두 병이었다. 이영학이 딸에게 “친구에겐 (수면제를 넣은) 이 음료를 주고 너는 다른 통에 있는 걸 마셔라”고 했는데 딸이 실수로 수면제를 넣은 드링크를 친구와 각각 한 병씩 마신 거다. 딸은 마시다 맛이 이상해서 멈췄다고 했다.

피해자가 기침을 하니 딸은 “아빠가 잠 안 올 때 먹는 약”이라며 피의자가 먹던 약 2정을 감기약이라면서 주고, 자신이 마시다 남은 수면제 음료도 같이 마시게 했다. 이게 신경안정제에 속하는 약이었다.

피해자가 잠이 들자 피의자는 딸과 함께 피해자를 안방으로 옮겼고, 딸이 외출했을 때 (피해자가)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수면제 3정을 물에 타 입에 넣었다. 딸이 피해자에게 추가로 수면제를 준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Q. 딸은 왜 피해자에게 악을 더 먹였나
A. 자기는 그렇게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프로파일링을 진행했다.

Q. 딸은 ‘엄마 역할’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가?
A. 문장을 이어나가고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Q. 딸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성추행할 거라는 걸 몰랐다는 의미인가?
A. 엄마라는 얘기에는 부부생활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경찰 측에서는 그런 개념도 포함돼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Q. 추가 피해자는 없나
A. 없다. 딸의 친구들과 접촉하고 카카오톡 내용도 확인했지만 의심 갈 내용이 없었다. SNS는 아직 수사하지 않았으나, 별건 수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Q. 이영학이 취해 있다는 약은 무엇인가
A. 평소에도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자주 먹었다고 한다. 마약은 확실히 아니다. 평상시에도 음료에 수면제를 두 정에서 네 정씩 넣어 지속적으로 장기간 복용해왔다.

Q. 피해자를 추행한 동영상은 없었나
A. 검거 당시 휴대폰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일일이 보고 있으나 양이 많은 관계로 아직 다 확인하지 못했다.

Q. 살해도구는 왜 두 가지로 발표됐는가?
A. 처음에는 수건으로 목을 조르다가 넥타이로 바꿨다고 했다.

Q. 검거 당시 수면제를 복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A. 경찰들에게 검거당할 것을 알고 자살하려고 마셨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모텔 문 밖에 형사들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때 마셨다고 했다.


"딸은 아빠가 없으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

Q. 피의자가 평소 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나.
A. 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딸 또한 심리적으로 깊이 피의자를 따르는 관계였다. 복종 관계는 아니고, 종속 관계로 보아야 옳다.

Q. 딸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있었나.
A. 애정은 있었지만,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은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빠는 항상 좋은 사람이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Q. 적극적으로 개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의자가 시킨 일을 잘했을 때 보상을 주거나, 못했을 때 처벌이 있었나.
A. 그저 피의자와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봐 그랬다고 말했다.

Q. 딸이 신경 안정제를 더 먹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자기 실수로 두 병을 다 먹이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와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더 먹였다고 했다.

Q. 친구가 사망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다고 했나.
A. 친구 사망했을 때 놀라 울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느끼는 놀라고 미안한 감정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아버지 행동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나.
A.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아끼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했다. 아버지에게 도덕적인 비난이 가해지는 것을 딸이 못 견뎌하더라. 아버지는 사정이 다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아버지에게 도덕적인 비난이 가해질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영학 사이코패스 성향, 45점 만점에 25점

Q. 피의자는 사이코패스인가?
A. 사이코패스 평가리스트를 갖고 면담을 했는데 이영학은 딱 25점이 나왔다.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성향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딱 25점이 나온 거다.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Q. 그런 성향이 장애로 인한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A. 복합적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대마다 폭력적으로 대응했다고 하더라.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으면 모든 아이들을 한 대씩 때리는 식으로 보복했다고 한다. 매스컴을 타면서 남을 속이는 성향이 강화됐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후천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Q. 성적인 집착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가.
A. 집착보다 성의 각성 수준이 높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처음부터 그랬다기보다 아내와 17년을 살면서 수준이 조금씩 강해져 현재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Q. 부인의 성기에 여성 비하적 문구를 쓴 데 대해 부인의 동의가 있었나.
A. 서로 동의하에 했다.

Q. 소아성애 성향 있나.
A. 소아성애자는 아니다.

Q.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아내를 대신할 사람 필요했지만 성인 여성을 찾는 게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청소년 여자를 떠올렸고, 불러들이기 쉬운 딸의 친구를 골랐다.

Q. 임신시킬 목적 있었나.
A. 그런 건 아니다.

Q. 계부가 자신의 부인을 성폭행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A.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Q. 아이한테 아내 역할을 하게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가.
A. 성욕을 풀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Q. 딸 카카오톡 내용을 거짓으로 조작했는데, 피의자가 시킨 일인가.
A. 자기가 알아서 한 것이고, 시킨 일이 아니라고 했다.

Q. 수건, 넥타이 발견됐나.
A. 아직 찾지 못했다. 버렸다고 하더라.

Q. 그럼 아직 사망에 쓰인 도구는 추정 상태인가.
A. 딸이 피해자의 시신을 옮길 때 목에 넥타이가 감겨있었다고 진술했다.

Q. 앞으로의 수사계획은.
A. 내사는 끝마쳤고, 성매매 정황에 대해서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Q. 부인과 관련한 타살 정황은 발견됐나.
A. 그런 건 없다.

Q. 변사사건 압수수색 때 성인용품과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나.
A. 없었다.

Q. 피의자가 성기능 장애가 있다는 얘기도 있더라.
A.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 올 초부터 그랬다고 진술했다.

우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