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12일 방송된 10, 11회는 각각 8.9%, 9.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9회 8.1%, 10회 9.4%보다 상승한 수치다. 살인자 강대희의 악행이 드러나며 긴장감을 높였다.
◇ 동생, 당신이 죽인 겁니까?
10회는 강대희(강기영 분)에게 영장이 발부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벌을 피하고 싶었던 강대희는 이유범(이상엽 분)을 찾아와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며 묵직한 돈가방을 건넸다. 이어 “얼마 전 실수로 교통사고를 냈는데 동생이 죽었다. 그런데 내가 보험금을 노리고 죽인 거라며 영장 들고 들이닥쳐 도망쳤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인 유범의 통찰력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유범은 “영장 내용도 모르는데 짐작으로 도망쳤다? 내가 검사였으면 당신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살고 싶으면 거짓말은 검사 앞에서만 하라”는 말과 함께 동생을 죽였는지 물었다. 강대희의 대답은 “예”였다.
◇ ‘보험금 노려 친동생 살해한 남성 무기징역 구형’
정재찬(이종석 분)은 또 꿈을 꿨다. 자신이 사망보험금을 노려 친동생 두 명을 살해한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이 소식을 기자로 복직한 홍주가 보도하는 뉴스를 보는 내용이었다. 홍주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던 중 재찬은 꿈에서 깼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 재찬은 이내 꿈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예지몽이었다.
홍주를 바래다주고 출근한 재찬은 신희민(고성희 분) 검사가 “보험사기 사건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초희의 사고를 막다 위험에 처할 홍주를 구하기 위해 이지광(민성욱 분) 검사와 당직 순번을 바꾼 바로 그 날 일어난 사건이었다. “형이 부검을 하도 못하게 해서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했는데 형이 동생 명의로 보험을 27억이나 들어놨더라”는 말에 재찬은 꿈속에서 본 사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동생을 모두 죽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아직 여동생 초희는 살아있는 상황. 모두가 충분한 정황증거로 실형 선고가 분명한 재판이라 말했지만 재찬은 불길함을 느꼈다.
◇ 우리가 99%니까
이내 재판이 시작되었다. 유범은 독특한 작전을 썼다. 강대희가 자백을 하도록 한 것. 범인이 자백을 할 경우 수사를 비교적 느슨히 한다는 허점을 노렸다. 강대희는 재판 직전 “사건 맡을 때 확률 보고 들어간댔죠, 얼마냐”고 물었다. “99대 1정도”라 말한 유범은 곧이어 “어깨 펴라, 우리가 99퍼센트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을 지켜보던 재찬은 무죄가 나지 않을까 염려했다. “일부러 자백한 것이 작전일 수 있다. 자백한 경우 수사를 자세히 안 하니까”라며 신 검사에게 우려를 표했지만 이마저 무시당한 상황.
피고인 강대희는 2015년 6월부터 매달 4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지급해왔다. 이후 주식 실패 등으로 돈이 필요하자 사고로 위장해 죽였던 것. 7개 보험사에 우연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알려 보험금 27억 원을 편취했다. 이에 검사 측은 강대희를 살인죄와 살인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유범은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 연쇄살인이 시작될 때 몇 가지 경고 표시가 있어
한편 홍주는 상부동 길고양이 연쇄살해 사건을 전담하게 됐다. 서너 달 전에는 한두 마리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점차 규모가 커져서 지금까지 죽은 고양이가 100마리가 넘는 상황. “고양이들 모두 외상없이 청산가리를 먹고 죽었고 경찰은 한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는 보고를 들은 선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홍주와 달리 사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연쇄살인이 시작될 때 몇 가지 경고 표시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동물학대”라고 말한 선배는 “훗날 일으킬 범죄에 대한 예행연습 같은 것일 수 있다”며 지속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 초록색 우산만 아니면 돼요
재찬은 또 꿈을 꿨다. 이번에는 강대희가 홍주를 공격하는 꿈이었다. 걱정이 된 재찬은 “요새 위험한 아이템 취재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전혀, 사람도 아니고 길고양이 취재한다”는 홍주의 말에 재찬은 안심했다. 그 때 홍주는 “혹시 그 장소가 산 속이었나, 초록색 우산이 내 옆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니라는 재찬의 대답에 홍주는 “그 꿈만 아니면 된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홍주의 꿈에 나타났던 초록 우산을 유범이 들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 조작된 증거
신 검사는 도문터널 목격자, 부검하지 않고 사망처리 하는 법 등을 검색한 정황을 증거로 들었다. “죽이지 않았다는 가정으로 다시 보면 다른 드라마가 된다”며 “사랑하는 동생의 부검을 피하고자 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강대희는 동생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에 보험금을 탔던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검사측은 “평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범칙금을 자주 낸 피고인이 사고 당시에는 매고 있었다”며 사고 이후에도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범칙금을 냈다는 점을 들어 고의적인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하필 그날 블랙박스는 하늘을 향해 있어 음성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 좀 잘게”라고 말하는 동생과 강대희의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검사는 “피고인의 블랙박스는 하늘을 향해 있다”며 무언가 감추려고 한 것이 분명함을 주장했다.
이 때 유범이 강대희와의 대화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왔다. “부검은 왜 피했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인데 부검을 피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묻자 그는 “이유가 있다”면서 교통사고로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도둑고양이들이 시끄러워 청산가리로 죽였는데 효과가 좋더라. 교통사고는 불안했다. 확실하지 않으니까”
◇ 결국, 무죄
곧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조수석에 동생이 있으니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증인으로 출석한 소방대원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뒤이어 신문을 시작한 유범은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상처가 큰데 출혈이 없다는 뜻은 사망한 이후에 상처가 난 것”이라며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곧이어 소방대원에게 발견 당시 체온을 물은 그는 35도였다는 답변을 이용해 “사망한 지 1시간 이상 지났다는 뜻”이라며 1시간 전에 일어난 사고와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자료들이 피해자가 교통사고가 나기 전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며 쐐기를 박았다. 검사 측이 ‘교통사고 살인’으로 기소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무조건 이 재판은 무죄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부검을 하지 않아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유범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피해자가 심장마비로 죽었을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장했고, 결국 판사는 “간접 사실이 존재하나 이 사건의 경우 교통사고사가 분명한지 등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 범죄 사실 입증 못한 너희들 책임이지
판결 이후 유범은 강대희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러나 그길로 유범은 화장실로 향했고, 피가 날 정도로 손을 씻었다. 그리고 역겨운 범죄를 저지른 강대희를 변호하고 악수한 자신에게 “많이 변했네 이유범”이라 말하며 자조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이 때 재찬이 찾아왔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아니면 뭘로 죽인 건지 물었다. 재찬은 “여동생 앞으로도 엄청난 금액의 보험을 들어놓았다. 이렇게 풀어주면 여동생도 죽일 것”이라며 애원했다. 하지만 유범은 그런 재찬을 노려보며 “난 변호사로서 내 할 일을 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범죄 사실 입증 못한 너희 검사들 책임이다”라며 회피했다.
유범을 보내고 난 후 강대희와 홍주의 접점을 찾던 재찬은 ‘청산가리로 살해당한 고양이’를 취재한다던 홍주의 말을 기억하고 독살 가능성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당시 시신을 보았던 최담동(김원해 분) 계장에게 시신에 독살 흔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바로 그 때 최 계장은 피 색이 어두운 적갈색이 아닌 선홍색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이는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한 시신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 둘 다 오빠 목소리잖아
집으로 돌아간 강대희는 여동생 초희를 마주했다. 초희는 눈물을 머금고 “나는 검사가 무슨 말을 하든 믿었다”며 “그 블랙박스 목소리 작은오빠 목소리 아니잖아. 둘 다 오빠 목소리잖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했다. “오빠가 진짜 작은오빠 죽인 거냐”고 묻는 순간 강대희의 눈빛은 차갑게 바뀌었다.
그 때 길고양이 용의자로 강대희를 의심한 홍주와 우탁이 남매의 치킨집을 찾았다. 우탁은 가게에 혼자 들어갔고, 그 순간 강대희는 칼로 우탁의 복부를 깊이 찔렀다. 이미 살인을 서슴지 않게 된 강대희의 다음 표적은 홍주. 결국 재찬이 꿈에서 본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초희와 함께 숨어 있던 홍주는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내가 찾아갈 수 있게 시간과 장소를 얘기해달라”던 재찬의 말을 기억하고 “4월 11일 밤 10시 12분”이라는 시간과 함께 치킨집 건물 옥상으로 찾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 순간 홍주와 초희는 뒤를 쫓은 강대희에게 발각됐다. 절망밖에 남지 않았던 그 순간 재찬이 영장을 들고 나타났다. “동생을 음독 살해한 혐의, 사고사로 위장한 혐의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이날 수목드라마 시청률 대결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유일하게 두 자리수 시청률(10%)을 달성한 MBC ‘병원선’이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9.7%로 근소한 차로 2위를 기록했다. KBS2 ‘매드독’은 4.8%로 전날보다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