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취해 제정신 아니었다” 이영학이 취했다는 약은?

입력 2017-10-13 12:05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며 “아내가 죽은 후 제가 약에 취해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서울중랑경찰서는 이후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이영학이 언급한 '약'의 정체를 설명했다. "마약은 확실히 아니고, 상시 복용하던 수면제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영학은 평소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먹어 왔다. 평상시 드링크에 수면제를 몇 정씩 넣어 지속적으로 장기간 복용했다. 수면제 2정을 넣어 먹을 때도 있고 4정을 넣을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검거 당시 수면제를 복용한 이유에 대해 “모텔 문을 개방하고 긴급 체포하는 과정에서 밖에 형사들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살하려는 목적으로 복용했다”며 “검거될 것을 알고 자살하겠다는 의도로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학의 딸은 범행 당시 피해자 A양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직접 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영학은 사전에 딸에게 “친구가 오면 수면제 든 음료를 먹이라”고 지시했고, 한 병당 수면제를 2~3정 넣은 드링크 두 병을 미리 냉장고에 준비해뒀다. 그러면서 딸에게 "너는 (수면제가 들지 않은) 새 것을 마시라"고 했다.

경찰은 또 “당시 (수면제 음료를 먹은) A양이 기침을 하자 딸은 평소 아버지가 먹던 수면제 두 정을 감기약이라며 더 건네줬다. 아버지가 시킨 것과 달리 자신도 실수로 수면제 든 음료를 먹다가 반쯤 남겼는데, 이 것도 A양에게 마저 먹였다"고 밝혔다. 수면제 음료 외에 수면제 2정을 더 먹인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 실수로 수면제를 덜 먹였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더 먹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딸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 아버지와 ‘강력한 심리적 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통해서만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해온 터라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피해자 A양의 사망 원인은 끈에 의한 교사(경부압박질식사)였으며, 혈액에서는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향후 피해자 유족을 상대로 심리, 경제적 지원을 할 예정이며 지난 9월 6일 중랑구 망우동 주거지에서 발생한 피의자 이영학의 아내 변사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도 계속 수사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