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수면제 든 음료수 친구 주고, 넌 새 거 마셔" 딸에 지시

입력 2017-10-13 11:51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딸과 함께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영학은 “엄마가 필요하다”면서 A양을 지목했고, 냉장고에 미리 '수면제 음료수'를 여러 병 준비한 뒤 딸에게는 수면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음료수를 마시도록 지시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성적 욕구를 해소할 목적으로 A양을 집에 불러들였다. 이영학은 초등학생 때 집에 놀러왔던 A양을 기억해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영학은 딸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가 필요하다” “A양이 착하고 예쁘니까 데려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도록 구체적인 행동도 지시했다. 이영학은 세트로 묶여 있는 드링크 음료수 중 두 병에 수면제를 각각 탄 후 딸에게 “친구와 음료수를 같이 마시는 것처럼 하라. 너는 (수면제가 들지 않은) 새 음료수를 마시라”고 했다.

이영학은 잠든 A양을 딸과 함께 안방으로 옮긴 후, A양이 깨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수면제 3정을 더 먹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딸이 외출하자 하루 정도 A양을 추행했다. 다음날 오전 딸이 다시 외출한 사이 A양이 깨어나 저항하자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전계획과 실행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Q. 이영학이 뭐라면서 피해자를 데려오라고 했나.
A. 엄마가 죽었으니 또다른 엄마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착하고 예쁘니까 그 친구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더라.

Q. 수면제는 어떻게 준비해 먹였나.
A. 신경안정제를 넣었던 드링크가 원래 두 병이었다. 이영학은 딸한테 “친구에겐 (수면제를 넣은) 이 음료를 주고 너는 다른 통에 있는 걸 마셔라”고 했는데, 딸이 실수로 수면제를 넣은 드링크를 친구와 각각 한 병씩 마셨다. 딸은 마시다가 맛이 이상해서 멈췄다고 했다.

피해자가 기침을 하니 딸은 “아빠가 잠 안 올 때 먹는 약”이라며 이영학이 평소 복용하던 약 2정을 감기약인 것처럼 건네주고, 자신이 마시다 남은 음료도 같이 마시게 했다. 그 2정도 신경안정제에 속하는 약이었다. 피해자가 잠이 들자 이영학은 딸과 함께 피해자를 안방으로 옮겼고, 딸이 외출했을 때 (피해자가)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수면제 3정을 물에 타 입에 넣었다. 딸이 피해자에게 추가로 수면제를 준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Q. 딸은 왜 피해자에게 악을 더 먹였나
A. 자기는 그렇게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 프로파일링을 진행했다.

Q. 딸은 ‘엄마 역할’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가?
A. 문장을 이어나가고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Q. 딸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성추행할 거라는 걸 몰랐다는 의미인가?
A. 엄마라는 얘기에는 부부생활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경찰 측에서는 그런 개념도 포함돼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이영학을 면담한 결과 아내를 대신해 성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영학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성인 여성 생각하다가 여의치 않아 통제가 쉬운 청소년에게 생각이 미친 것 같다”며 “부르기 용이한 딸 친구를 대상으로 선정해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초등학교 입할 때부터 자신의 신체 장애를 인식했고, 장애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으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도 발견됐다. 소아성애 성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이영학에게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 살인과 형법상 추행유인·사체유기 혐의를, 공범인 딸에게는 추행유인·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 경찰 수사 브리핑 일문일답

Q. 추가 피해자는 없나
A. 없다. 딸의 친구들과 접촉하고 카카오톡 내용도 확인했지만 의심 갈 내용이 없었다. SNS는 아직 수사하지 않았으나, 별건 수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Q. 이영학이 취해 있다는 약은 무엇인가
A. 평소에도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자주 먹었다고 한다. 마약은 확실히 아니다. 평상시에도 음료에 수면제를 두 정에서 네 정씩 넣어 지속적으로 장기간 복용해왔다.

Q. 피해자를 추행한 동영상은 없었나
A. 검거 당시 휴대폰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중이다. 일일이 보고 있으나 양이 많은 관계로 아직 다 확인하지 못했다.

Q. 살해도구는 왜 두 가지로 발표됐는가?
A. 처음에는 수건으로 목을 조르다가 넥타이로 바꿨다고 했다.

Q. 검거 당시 수면제를 복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A. 경찰들에게 검거당할 것을 알고 자살하려고 마셨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과정에서 모텔 문 밖에 형사들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때 마셨다고 했다.

Q. 딸은 친구가 수면제 복용하면 잠들 거라고 생각했나.
A. 아빠가 그렇게 했으니까 자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