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의 친구를 특정해 집으로 유인한 뒤 수면제를 먹이고 음란행위를 하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다는 프로파일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주현 경사는 13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이코패스 평가 리스트'를 바탕으로 이영학과 면담한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 결과 이영학은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이 경사는 “이영학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사이코패스 성향에는 선천적·후천적 요인이 모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어릴 적 장애로 놀림을 당했던 그는 친구들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교실에 앉아 있는 70여명 친구들을 한 대씩 때리는 방법으로 '보복'하곤 했다. 또 방송에서 ‘어금니 아빠’라는 이름으로 후원금을 받고 미담을 형성하면서 남을 속이는 성향이 강화됐을 수 있다. 경찰은 “원인은 복합적”이라며 “모두 후천적인 요인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내와 미성년자에게 보였던 성적 집착에 대해서는 “집착보다는 성의각성 수준이 높다”고 했다. “아내와 17년간 살면서 성적 집착과 학대가 조금씩 강해져 현재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이영학이 14~20세 미성년 여학생에게 성적 집착을 보여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소아성애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내가 투신한 뒤 아내를 대신해 성욕을 풀어줄 사람을 필요로 했다"고 그의 범행동기를 설명했다. 다방 여성, 사별한 여성 등 성인 여성으로 아내를 대신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통제가 쉬운 청소년 여자아이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딸의 친구는 집으로 유인하기 용이했기에 14살 피해자 A양을 특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영학은 “임실시킬 목적은 없었고 올 초부터 성 기능 장애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 대한 브리핑도 진행했다. 이영학이 피해자를 안방으로 옮길 때 옷을 벗긴 채 가운 같은 옷가지를 몸에 걸쳐놓은 상태였다. 딸이 “친구 시신의 목에 넥타이가 감겨 있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범행도구인 넥타이와 수건을 찾았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이영학은 “수건과 넥타이 모두 버렸다”고 진술했다. 성인용품과 피해자가 등장하는 성관계 영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영학의 성매매 정황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