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이 명언은 고대 중국 춘추시대에 쓰여진 손자병법에 소개된 것으로,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는 구절이기도 하다.
병을 치료하는 데에서도 이 말이 자주 쓰인다.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병이라는 적이 어떠한 상대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피’ 만큼이나 ‘지기’도 중요하다. 내 몸의 어디가 잘못되었고 왜 병에 걸렸는지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염이나 축농증과 같은 코 질환에서 이와 같은 과정을 응용해볼 수 있다. 봄보다 가을철 발병률이 25%나 더 증가한다는 비염, 어떤 질환이고 도대체 왜 걸리는 걸까?
비염이나 축농증의 구체적인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환자의 몸 상태나 질환의 정도에 따라 수돗물처럼 맑고 투명한 콧물이 발생하기도 하고 탁한 콧물, 누런 농처럼 보이는 콧물이 생기기도 한다. 코막힘의 양상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아침, 저녁에 막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막히거나 한쪽씩 번갈아 가며 코막힘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코 점막의 상태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붉게 충혈되면서 탱탱하게 부어 오르는 경우도 있고 물에 오래 담가 놓은 손처럼 쪼글쪼글 주름이 지면서 부풀기도 한다. 또한 울긋불긋 부어 오른 점막까지 그 현상이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띤다.
이처럼 비염과 축농증은 생각보다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다. 이러한 점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는 비염이나 축농증이 단순히 코 만의 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몸에 생긴 다른 문제가 코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기가 차가운 기운에 오래 노출되어 생긴 비염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코가 막히며 코 점막이 허옇게 주름진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환자를 잘 살펴보면 차가운 기운이 속까지 영향을 미쳐서 설사를 자주 하거나 소화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다른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탁한 콧물이 고여서 잘 흘러내리지 않고 코 점막이 붉게 충혈되어 있으면서 탱탱하게 부어 있다면 스트레스가 많고 속의 열이 머리 쪽으로 차 오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고 속 쓰림이 일어날 수 있으며 변비기가 있고 점막이 약한 경우에는 코피를 자주 흘리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코를 폐나 기관지, 피부 등과 같이 사람의 호흡과 관련된 호흡기의 관문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코에 생긴 병을 단순히 코 병으로 진단하지 않고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축농증이나 비염 치료를 위해서는 몸의 상태를 바로 잡는 치료부터 선행해야 한다. 인체의 오장육부는 서로 경혈로 기운을 주고 받기 때문에 근본적인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고장난 장기와 연관된 다른 장기들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염이나 축농증 치료가 어려웠던 것은 단순히 ‘코 병’으로 치부한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울산비염치료 한의원인 코호한의원 울산점 이승언 원장은 “코가 속해 있는 호흡기는 사람 몸에서 독립적인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꾸준히 건강 개선에 힘쓴다면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