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령 이발사’ 둘러싼 공포, 시위·폭력 사태로 번져

입력 2017-10-12 15:59
인도 여성. 뉴시스

인도에서 의식을 잃은 사이 머리카락이 잘렸다는 여성들의 주장이 잇따르며 이른바 ‘유령 이발사’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유령 이발사 색출에 나선 주민들의 시위와 집단 폭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인도령 카슈미르 주의 히말라야 지역 경찰은 최근 이 일대에서 괴한에 의해 강제로 머리카락이 잘렸다는 신고를 최소 40건 접수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 ‘유령 이발사’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7월 초다. 하리아나주에 사는 53세 가정주부는 “갑자기 강한 불빛이 비쳐 의식을 잃었는데 약 1시간 뒤 깨어나 보니 머리카락이 잘려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라자스탄주와 수도 델리에서도 비슷한 증언과 신고가 이어졌다.

사태가 몇 달간 지속되자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자경단을 꾸려 흉기로 무장한 채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카슈미르 경찰은 자경단을 자처하는 이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낯선 사람들을 위협하는 통에 관광객 등 최소 12명이 구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인도를 방문한 한국인 20대 남성 관광객 1명도 최근 유령 이발사로 오인돼 성난 군중에 둘러싸였다가 경찰의 개입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은 현재 ‘유령 이발사’에 관한 정보 제공자에게 주는 제보 포상금을 기존의 두 배인 60만 루피(약 1000만 원)로 올렸다. 정부도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각 지역 정부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손동영 영사는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애초부터 여행경보 단계상 ‘여행금지’ 바로 아래인 ‘철수 권고’에 해당하는 지역”이라며 “특히 지난해부터 카슈미르 분리주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경찰과의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 지역 여행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