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운구차 7인방', 건재한 '삼지연 8인방'… 北 권력의 이동

입력 2017-10-11 16:59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지난 7일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 맞춰 단행된 북한 정부의 인사 및 조직 개편 과정에서 김정은 정권의 '권력 이동'이 여실히 드러났다.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운구 행렬의 전면에 섰던 '운구차 7인방'이 모습을 감춘 반면 '삼지연 8인방'은 약진하거나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지연 8인방은 2013년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마원춘, 김원홍, 김양건, 한광상, 박태성, 김병호, 홍영칠을 뜻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11일 "삼지연 8인방이 김정은 시대의 주축이 될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며 인사개편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숙청설이 돌았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올랐다.

재정경제부장을 맡으며 김정은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한광상도 숙청설이 있었으나 당 중앙위 후보위원 자리를 지켰다. 이 연구위원은 "한광상의 경우 인민군에서 경제 분야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원홍 역시 올 초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되며 숙청설까지 제기됐으나 현재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부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태성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원에, 조선중앙통신사 사장 출신 김병호는 노동신문 책임주필에 임명됐다.

이 연구위원은 "삼지연 8인방 중 박태성과 김병호가 치고 올라왔고, 나머지는 건재하다"며 "김정은 정권의 핵심 주축그룹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운구차 7인방인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 이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은 사망, 해임, 2선 후퇴로 모습을 감췄다. 이들은 2011년 12월 눈이 내리는 가운데 김정은과 함께 김정일 운구차를 옆에서 호위하며 걸었던 권력 핵심이었다. 

고모부인 장성택과 이영호 총참모장은 처형됐고, 김정은 집권 후 군복을 벗은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은 지난해 4월 인민군 원수 계급장을 다시 달기는 했지만 현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으로 옮겼고,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도 2012년 3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인 김기남과 최태복도 퇴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 총비서 추대 20주년 행사의 사회를 선전부장이던 김기남 대신 박광호가 했다"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