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첫 월드컵 본선행 도운 두 가지

입력 2017-10-11 16:07
파나마는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최종 예선 10라운드에서 코스타리카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88분 결승골을 넣은 로만 토레스. 사진=BBC 웹사이트 캡처

인구 33만명의 ‘얼음왕국’ 아이슬란드가 첫 월드컵 진출의 역사를 쓴 가운데, 북중미의 축구 변방국 파나마도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당초 미국의 월드컵 진출이 유력해보였지만 파나마는 최종전에서 미국을 끌어내리고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조력과 심판의 오심 논란이 큰 역할을 했다.

파나마는 11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최종예선 10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같은 시각 미국이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2로 패하면서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합류했다.

경기 전만 해도 미국의 본선 진출은 확실시됐다. 미국은 승점 12점, 골득실 +5로 조 3위에 올라 있었다. 파나마와 온두라스는 승점 10점에 각각 골득실 -2점과 -5점으로 4, 5위에 자리했다. 승점과 골득실로 볼 때 미국은 비기기만 해도 본선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온두라스마저 멕시코에 3-2로 이겨 플레이오프 티켓을 가져가면서 승점을 얻지 못한 미국은 탈락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간판 스타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사진=BBC 웹사이트 캡처

조 최하위로 이미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미국에 승리하며 파나마의 첫 월드컵 진출을 도왔다.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면서 최정예 멤버로 나선 미국을 꺾었다. 2005년 11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인구 121만명의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가 12년 뒤에 파나마에 첫 월드컵을 선물한 셈이다.



운도 따랐다. 파나마는 코스타리카와의 최종전 뒤 오심 논란에 빠졌다. 후반 7분 파나마의 가브리엘 토레스가 터뜨린 동점골이 골 라인을 넘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토레스는 코너킥으로 올라온 공이 골키퍼를 지나 자기 앞에 떨어지자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코스타리카 수비수들도 엉키면서 혼전 상황이 됐다. 공은 최종적으로 라인 밖으로 나가 아웃됐지만, 주심은 아웃되기 전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즉각 항의했으나 월드컵 예선에는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되지 않아 골 판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 결국 이 골은 파나마의 극적인 월드컵 진출에 밑거름이 됐고, 동시에 미국을 32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시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