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희롱한 남자들과 사진을 찍은 여성, 왜?

입력 2017-10-11 15:54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여성이 거리에서 남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제한적이다. 무시하거나 혹은 경고하거나. 네덜란드의 한 여성은 자신만의 새로운 대처법을 고안했다. 그는 자신을 성희롱한 남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얼굴과 성희롱 남성이 모습이 나란히 앵글에 잡히는 '셀카'를 온라인에 수시로 공개하며 여성이 직면하는 성희롱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암스테르담 출신의 노아 잰스마(20) 지난 8월 29일 'dearcatcallers'란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이후 이 계정엔 노아를 성희롱한 남자들의 사진이 20장 넘게 올라왔다. 노아는 그들과 찍은 사진를 올리며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는 남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공개된 사진을 보면 노아를 성희롱한 남성들이 대부분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노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신체 접촉을 했다. 

노아는 자신을 희롱하는 남성이 나타나면 그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한다. 촬영이 이뤄지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그에게 들은 성희롱 발언을 함께 적고 있다. 그는 "남자들은 내가 겪은 불쾌함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당당하게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사진을 함께 찍자는 노아의 제안에 이유를 물어본 남자는 1명뿐이었다고 한다.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노아는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남성으로부터 어떻게 대상화되는지 알리고 싶었다"며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또 무엇이 성희롱 발언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나를 성희롱한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인식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공개된 사진보다 노아가 거리에서 경험한 성희롱의 사례는 훨씬 많다. 그는 안전에 위협을 느끼거나 이미 남자가 사라진 경우에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아는 지난 1일 셀카 프로젝트를 종료하며 "거리 성희롱은 나뿐만 아니라 세계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얘기다. 지금 다른 나라의 거리에서 성희롱을 겪고 있을 여성들이 이 계정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사진=인스타그램 'dearcatcallers'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