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스타인에 후원받았던 오바마, 침묵을 깼다… “역겨워”

입력 2017-10-11 14:25
AP뉴시스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할리우드에서 큰 반향이 일고 있는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하비 웨인스타인은 오바마와 클린턴에게 거액을 기부하며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인물이다. 오바마의 큰딸 말리아는 올해 1월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2013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비가 이 행사를 준비해줬다. 하비는 아주 멋진 인간이고, 좋은 친구”라고 말했었다.


법률 전문가 제프리 토빈은 10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웨인스타인 파문에 닷새째 침묵하고 있었던 오바마와 클린턴을 비난했다. 그는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은 클린턴과 오바마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라며 웨인스타인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던 두 사람을 겨냥했다. 이어 “오바마와 클린턴의 식구들이 웨인스타인과 친밀한 사이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는 많다”면서 “이들은 긴 시간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고의로 폭로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오싹하고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부부의 성명은 토빈이 방송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던 중에 발표됐다. 이런 내용이었다.

“미셸과 나는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최근 보도에 역겨움을 느낀다. 그러한 방식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들은 부나 지위에 관계없이 비난받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을 전하기 위해 앞으로 나선 여성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는 소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소년들에게는 예의와 존경을 가르치는 문화를 만들어 미래에는 이러한 행동이 줄어들도록 해야 한다.”


(사진=AP뉴시스) 말리아 오바마와 버락 오바마

앞서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각) 웨인스타인이 30년 전부터 여배우와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및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웨인스타인은 자신의 호텔 방에 피해 여성들을 부른 후 나체 상태로 성적인 행위나 마사지 등을 요구했다. 최소 8명의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사실도 알려졌다. 웨인스타인은 뉴욕타임스 보도 직후 자신이 세운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됐다.

미국 매체 US위클리는 웨인스타인이 해외에 있는 성관계중독치료센터에 입소하기 위해 곧 출국할 것이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