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2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13일 광주광역시에서 개막

입력 2017-10-11 13:27 수정 2017-10-11 13:34
주위에 있는 누구나 끝이라 생각했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건장한 청춘, 2001년 8월 건설회사 2년차 직원이던 김근수씨는 스물아홉이었다. 또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휠체어를 탄 그가, 그를 포함해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갈지 말이다. 경추척수 손상은 그의 날개를 꺾지 못했다. 긴 병원 재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장애는 일상이었다. 동정과 걱정을 담은 주위의 시선은 근수씨를 내려다보았고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나누는 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홀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누군가를 올려다보며 수시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자존감 낮은 존재에 불과했다. 이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욕창이었다. 욕창은 수시로 삶의 의지에 상처를 주었다. 시도와 실패의 거듭된 과정, 하지만 ‘삶’이었다고 근수씨는 담담히 말한다.

 그는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이듬해에는 딸을 얻었다. 아내와 딸은 함께 더 이상 꺾이지 않는 그의 날개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운명적인 만남, TV에서 본 올림픽 사격 경기에 그는 한 순간에 빠져들었다. 온몸의 감각을 집중하여 조준하고 숨을 멈춘 후 과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은, 근수씨가 살아 온 모습 그대로였다.

 원하는 날개를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는 생활체육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사격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근수씨는 아내와 딸의 응원에 힘입어 선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몰입의 힘은 컸다. 

훈련 4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각종 대회에 참가하던 김근수씨는 2016년, 마침내 광주광역시청에 실업 선수로 입단하여 안정적인 훈련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광주시청에 입단하면서 무엇보다 김씨가 좋았던 것은 공단이 근로자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간 보조공학기기를 볼 때 마다 ‘참 좋겠다’ 싶으면서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었다.

자동차에 핸드 컨트롤러와 핸들봉을 설치해 훈련장 출퇴근은 물론 가족과의 여행도 가능해졌고, 실내용 이동보조기기인 Luggie Elite(전동스쿠터)를 사용함으로써 사격을 위한 소중한 근육을 휠체어 이동 부담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또한 욕창방지기능을 갖춘 방석과 척추를 잡아주는 등받이를 사용함으로써 장시간 정적인 자세로 훈련해야 함에도 편안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의 총성은 우렁찼다. 

누구나 끝이라 생각했던 시작, 길었던 도전이 한발 한발 총성으로 울려 퍼졌다. 장전을 도와주는 아내와 함께 참가한 첫 패럴림픽, 그는 R4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R5 혼성 공기소총 10m 복사 결선에서 은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그해 광주광역시 장애인체육회 MVP로 선정되었다.
리우 패럴림픽도 김근수씨에게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그는 앞으로 열릴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0년 도쿄 패럴림픽까지 도전할 예정이다. 그러한 그를 공단이 지원하고 있다. 필요한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계속함은 물론 적절한 시기에 수리, 교체 등 사후 서비스를 지원하여 다시 그의 시작을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휠체어 등받이에 쓸려서 요추뼈에 상처가 생겨 욕창으로 될까 항상 불안했습니다. 또 훈련할 때 허리 중심을 잡는 데 참 어려웠어요.” 

김근수씨는 이제 이러한 걱정 없이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척수장애인들에게 보조공학기기 지원은 정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지원 품목도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하고요.” 

공단에 대한 그의 부탁이다.



고용노동부(장관 김영주)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 박승규, 이하 공단)이 주관하는 ‘2017년 제12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1층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보조공학기기란 장애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 또는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직업생활 등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기를 말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54개 보조공학기기 사업체의 최신기기 및 신기술이 소개되고, 전시·공연·체험 등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장은 보조공학기기 주제관, 상용 보조공학기기 전시관, 차량용 보조공학기기 전시관, BF(Barrier Free)영화관과 어플리케이션 체험관 등 총 128개 부스로 꾸며진다.

이번 박람회에는 ‘웨어러블 확대독서기’, ‘블루투스 안경마우스’, 인공근육을 이용하여 강직된 손동작을 보조하는 ‘근력보조장갑’ 등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편리하게 도울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전시된다.

 KIST 김문상 교수와 한양대학교 한재권 교수가 로봇공학과 보조공학의 접목을 주제로 강연하고, 척수손상 장애를 극복한 가수 더크로스 김혁건씨의 공연과 장애인식개선 퀴즈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고용노동부 임서정 고용정책실장은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을 매년 확대하고 있으며,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장애인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매년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조공학기기의 실제 사용자인 장애인과 사업주를 비롯한 국민들 모두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최첨단 보조공학기기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박람회는 △2017년 시니어 의료산업박람회, △2017년 호남권 치과종합학술대회 및 기자재전시회와 공동 개최되고, 45개의 기업 및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2017년 장애대학생 채용설명회 및 △2017년 광주‧전남지역 장애인 채용박람회도 동시 개최된다.

보조공학기기는 매년 약 80억원 규모로 연간 7000여명의 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에 관한 신청 문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588-1519)로 하면 된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