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계속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10일 밤 한반도 상공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전개했다. 이날은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달 23일에도 B-1B 랜서를 출격시켜 NLL을 넘어 북한 동쪽 해상의 국제공역에 무력 시위비행을 펼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어제 야간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2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B-1B 편대는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뒤 동해 상공에서 가상 공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으며 이후 한국 측의 F-15K 편대의 엄호를 받으며 내륙을 통과해 서해상에서 한 차례 더 가상 공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정례적 전개훈련의 일환임을 밝혔다. 합참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 공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강력한 응징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연합 전력의 상호운용성 및 전·평시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신속대응전력의 전개 능력을 숙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3일에도 B-1B 랜서를 북한 동쪽 해상의 국제공역에 출격시켰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 작전에 대해 “미국의 결의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수차례 밝힌, 어떤 위협도 물리칠 수 있는 군사옵션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군사행동을 전세계에 암시하고 있는 만큼 전략자산으로 최북단까지 무력시위를 함으로써 북한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북한은 B-1B 랜서가 NLL을 넘어 북한 동해상으로 출격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북한은 자정 무렵이니 (B-1B 비행을) 전혀 예상 못 했고 레이더에서도 강하게 잡히지 않아 조치를 못한 것 같다”며 “후발 조치로서 비행기 이동, 동해안 강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정보위원들에게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북한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B-1B 궤적을 공개했다”는 미군 쪽의 분석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초 당 창건기념일 전후로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은 이날 별다른 도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칭송하고 핵·경제병진노선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체제 결속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우려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의 도발이 아니라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당 창건기념일을 보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