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쉽니… 韓日, 아시아 하향평준화 쌍끌이

입력 2017-10-11 02:06 수정 2017-10-11 04:19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플레이어 가레스 베일은 내년 여름 러시아 그라운드를 활보할 수 없다. 그의 조국 웨일스는 단 한 번의 패배로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10일 웨일스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유럽 예선 최종 10차전에서 아일랜드에 0대 1로 져 D조 3위로 추락했다. 최종 전적은 4승5무1패. 무패행진을 끊은 마지막 1패가 뼈아팠다. ‘1억 유로의 사나이’ 베일의 월드컵 데뷔전은 무산됐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수 없는 스타플레이어는 어쩌면 베일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남미 예선의 격랑에 휘말려 있다. 아르헨티나는 11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리는 남미 예선 최종 18차전 원정경기에서 패배하면 월드컵 본선행이 불발된다. 이 경우, 아르헨티나는 1970 멕시코월드컵 이후 47년 만에 남미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한다. 현재 순위는 6위, 전적은 6승7무4패(승점25)다. 이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오세아니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한 본선행조차 노릴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두 32장의 본선 진출권을 유럽에 14장(개최국 러시아 자동 진출권 포함), 남미에 4.5장을 부여했다. 남미 5위와 오세아니아 1위는 나머지 0.5장의 본선 진출권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남미가 여기서 승리해도 본선 무대를 밟는 나라는 5개국이다. 월드컵 본선행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벌이는 곳이 바로 남미다. 유럽도 예선 각조 1위 9개국만 본선으로 직행한다. 2위끼리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남은 본선 진출권 4장의 주인을 가린다.

‘축구변방’ 아시아의 경우 4.5장의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4장은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의 몫으로 돌아갔다. 지리적으로 오세아니아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인 호주가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북중미 4위와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승리하면 아시아 본선 진출국은 5개국이 된다.

아시아 본선 진출권이 너무 많다는 다른 대륙의 볼멘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새어나왔다. 더욱이 아시아의 기량은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추세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한국 27위‧이란 28위‧일본 29위‧호주 30위)에서 이미 나타났고,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심화됐다. 아시아의 하향 평준화를 부추기는 장본인은 한국과 일본이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로 여겨졌던 나라들이다.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뒤 친선경기로 소화한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각국 현지시간 10일)에 나란히 졸전을 펼쳤다. 한국은 스위스 빌비엔느 티쏘 아레나에서 모로코와 가진 친선경기를 1대 3 완패로 끝냈다. 실점은 모두 전‧후반 시작 10분 안에 나왔다. 모로코 공격수 오사마 탄나네(테투안)에게 전반 6분과 전반 10분 멀티골을, 이스마일 엘 하다드(카사블랑카)에게 후반 2분 추가골을 허용했다. 슛은 번번이 빗나갔고, 수비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후반 20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페널티킥 만회골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지난 7일 러시아 모스크바 원정 친선경기에서 당했던 2대 4 완패를 만회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이후 단 1승(2무2패)도 거두지 못했다.

일본의 상황도 답답하다. 일본은 10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아이티와 가진 친선경기를 3대 3 무승부로 마쳤다. 축구 투자가 사실상 전무한 북중미 빈국을 상대로 진땀을 쏟은 끝에 비겼다. 2-3으로 뒤진 후반 45분 에이스 카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동점골로 겨우 패배를 면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한쪽에선 부진한 경기력을 항의하는 야유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나마 일본은 비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