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여운 댕댕이.’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귀여운 멍멍이’로 읽힌다. 프로야구 마니아들이 모이는 국내야구 갤러리에서 사용되는 그들만의 언어다. 이른바 ‘야민정음’식 표기법이다.
야민정음은 ‘야구’와 ‘훈민정음’을 조합해 만들어진 인터넷 조어다. 비슷하게 보이는 글자를 실제 있는 글자와 바꿔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댕댕이(멍멍이)’가 있다. ‘머’와 ‘대’가 서로 비슷하게 보여서다. 반대의 경우는 ‘머한민국’이다. ‘대’를 ‘머’로 바꾸기도 한다. ‘판팡핑소(관광명소)’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띵곡(명곡)’ 등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글자를 거꾸로 뒤집는 방식도 있다. ‘논어논곰(국어국문)’ ‘곡롬(눈물)’ 등이다. ‘뜨또(비버)’ ‘J어(호)’처럼 단어를 옆으로 눕혀 쓰기도 한다. 야민정음을 놓고 한글 파괴에 대한 우려도 많다. 맞춤법을 의식하지 않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시각도 있다. 박진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칼럼에서 야민정음에 대해 “우리 문화를 더 다채롭고 발랄하게 해주는 고마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문화적 창조물은 창조자의 손을 떠나면 창조자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향유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며 “나이와 계층을 넘어서 한글이 자유롭고 발랄하게 활용되고 변형되어 의사소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