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모(35)씨는 왜 딸의 친구를 죽였을까. 계획된 살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씨의 범행동기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숨진 A양(14)의 1차 부검결과는 끈에 목이 졸려 살해된 ‘교살’로 나타났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관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동기가 불분명 하다는 점이 이 사건을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며 “아내의 자살 역시 완전히 별개의 사건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씨가) 처음에 진술했을 때는 수면제로 추정되는 영양제인 줄 알고 (피해자가) 먹었다고 얘기했다가 지금 1차 부검결과가 교살이라고 나왔다”며 “죽였다는 게 분명할 때 범죄는 목적이 없이 일어나는 경우보다 목적이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 ‘대체 왜 죽였느냐’하는 부분에서 본인도 제대로 진술을 안 하고 있고 경찰도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씨가 딸의 초등학교 동창 여러 명에게 접촉한 것을 두고 “피해자와 연관된 어떤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게 또 다른 의문을 유발시킨다”고 설명했다.
딸이 범행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좀 이해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씨 가족이 인터넷 모금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딸 역시 이씨와 같은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딸이 독자적인 의사결정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경찰은 그 아이를 공범으로만 보고 있는데 사실은 아동학대의 피해자일 수도 있고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을 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씨의 아내 최모(32)씨가 자살한 사건을 풀어야만 부녀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이씨의 의붓아버지로부터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았고, 4일 후 자택에서 투신했다. 이 교수는 “남편이 미국에 간 동안 혼자 강원도까지 가서 (성폭행) 신고를 했다”며 “과연 8년 동안 아내가 가족 구성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걸 남편이 몰랐을 수가 있을지, 그리고 왜 이제 와서 신고를 남편 없을 때 아내가 하게 된 건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전과 18범인 이씨가 후원금 외에 또다른 범죄 수익으로 윤택한 생활을 누린 것인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일 이씨를 소환해 3차 조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살해 방법과 동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조사에서 이씨는 조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범죄 혐의에 대해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이씨의 딸은 지난 9일 병원에서 받은 1차 경찰 조사에서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고 (본인은) 밖에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왔는데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