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에 걸렸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가족이 발병 직전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오키나와에서는 ‘햄버거병’ 집단 발병이 있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종근)는 조만간 일본 보건당국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일부 햄버거병 환자들과의 연관성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A군(당시 만 1세)은 지난해 7월23일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돼지고기 패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같은 달 A군의 가족들은 20~22일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귀국 직전 테마파크인 ‘오키나와 월드'를 방문했다.
이후 A군은 한국으로 돌아와 불고기버거를 먹고 이틀 후 출혈성 장염 증세를 보였다. A군 어머니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발병 원인으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장을 낸 상태다.
하지만 A군 가족이 ‘오키나와 월드’을 방문했을 당시 방문객 35명이 O-157균에 집단 감염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 역학조사 결과 32명의 감염 원인은 이 테마파크에서 판매한 사탕수수 주스였다. 이 가운데 4명이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판정을 받았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고기로 만든 음식을 덜 익혀 먹었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햄버거병‘이란 별칭이 붙었다.
검찰은 A군의 발병 원인이 햄버거 패티가 아니라 사탕수수 주스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 후생노동성, 해당 테마파크 등에 역학조사 자료 요청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A군 가족 변호사는 “A군 가족이 여행 당시 물과 과자 등을 전부 싸가지고 가서 위생적으로 섭취했다고 한다. 사탕수수 주스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을 주장하는 고소인은 현재까지 5명이다. A군을 비롯해 지난해 9월25일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B양(당시 만 4세)이 ’용혈성요독증후군‘까지 걸렸다. 만 3세였던 A군 누나를 포함해 나머지 어린이는 출혈성 장염만 발병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