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H.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주류경제학을 부정하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다니엘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지 15년 만에 ‘행동경제학’ 연구자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17년 제49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행동경제학’을 연구해온 세일러 교수를 지명했다. 노벨위는 “세일러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현실적인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의 분석으로 통합한 데 기여했다”며 “그의 경험적 발견과 이론적 통찰력이 경제 연구와 정책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학문적 공로를 밝혔다. 세일러 교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넛지’ ‘승자의 저주’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세일러 교수가 연구해온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온전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주류경제학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주류 경제학은 온전히 합리적 인간을 전제하고 이익과 손실을 정확히 분석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선택한다고 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가령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는다고 할 때, 이 수술의 ①“생존율은 70%”라고 할 때 ②“사망률은 30%”라고 할 때보다 사람들은 더 높은 수술동의율을 보인다.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생존율 70%와 사망률 30%는 같은 말로 수술동의율도 같아야 한다. 행동경제학은 이처럼 합리적으로만 설명될 수 없고, 인간의 심리가 개입되는 문제를 경제학에 접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일러 교수 이전에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카너먼 교수 역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너먼 교수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을 내세워 심리학과 다양한 실험방법을 통해 행동경제학 이론의 토대가 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기했다. 프로스펙트(prospect)는 어떤 선택대안을 의미한다.
한편 노벨경제학상은 본래 노벨상은 아니다. 공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중앙은행 경제학상’으로 스웨덴중앙은행이 1968년 제정한 상이다. 하지만 다른 노벨상처럼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의 원칙에 따라 스웨덴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