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어금니 아빠·딸’ 조사···살인 혐의 입증 주력

입력 2017-10-09 17:06

경찰이 9일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5)씨를 2차 조사한다. 의식을 회복한 이씨의 딸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4시께 모자를 쓰고 운동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서울 중랑경찰서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려 휠체어를 타고 경찰서로 들어가던 이씨는 ‘여중생을 왜 살해했는지’ ‘피해자 성적 학대 의혹을 인정하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들어가서 조사받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던 이씨를 상대로 전날 3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씨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 질문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방법으로 답변했다.

이씨는 자신의 딸 친구인 중학교 2학년 A(14)양을 자택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1차 조사에서 제대로 진술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전반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했던 이씨의 딸은 이날 의식이 돌아왔다. 경찰은 시신 유기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이양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상태다.

이씨는 자신의 딸과 함께 A양의 시신을 담은 커다란 검은색 여행 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실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이양이 입원한 병원에서 건강상태를 고려해 신분확인 등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이양이 아직 의식을 또렷하게 찾지는 못한 만큼 범죄 혐의에 대해 묻는 등의 본격적 수사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이씨 부녀를 상대로 살인 혐의 입증과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차 안에서 딸과 함께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내가 자살하려고 둔 약을 A양이 모르고 먹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피해자 부검 결과 끈에 의한 교사(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을 받았다”며 “타살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A양의 목 뒤 점출혈, 목 근육 내부 출혈, 목 앞부분 표피박탈 등이 타살 정황의 근거였다.

또 A양은 발견 당시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지만 성폭행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시신에 대한 고의적 훼손도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같은 부검결과 등을 토대로 이씨가 A양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 사체유기 부분은 인정하고 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10여 년 전부터 딸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을 앓아 언론에 소개됐다. 몇 차례의 얼굴 수술로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2007년엔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