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도지사 3선 대신 ‘여의도행’ 나서나

입력 2017-10-09 09:16

안희정 충남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안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이미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며 전국적 인물로 부상한 터라 3선 성공은 때어 놓은 당상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안 지사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비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패해 본선 진출은 좌절됐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차기주자로 급부상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따라서 안 지사는 도지사 3선 보다는 대권을 향한 또다른 여정에 나서려는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안 지사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안 지사의 불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안 지사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충남지사 출마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하다.

실제 안 지사 측근들도 다음 대선 준비를 위해서 여의도 정치로 복귀해 당내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연정 등 협치 화두를 내세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게 모두 본선 경쟁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차기 대선을 논하기 이르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주변 인사들은 안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여의도에서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미애 대표가 임기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에 당대표 경선에 나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그럴러면 역시 보궐선거 어느 곳에 출사표를 던지느냐 하는게 첫 물음이 된다. 내년 보궐선거지역으로는 충남 천안갑, 서울 노원병, 서울 송파을 등이 유력한데 서울과 충남 모두 안 지사로서는 출마가 가능한 지역이다.

충남 천안갑은 재선 충남지사인 안 지사 입장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다 '충청대망론'까지 기대할 수 있어 편한 선택지다. 단 지역기반 확보는 가능하지만 충청이란 지역적 테두리에 갇힌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 노원병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라는 점에서 명분이 실린다. 안 지사는 지난달 27일 노원구청에서 특강에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 지사는 일상적인 강연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다.

민주당의 약세 지역인 서울 송파을도 후보로 꼽힌다. 유리한 지역구를 버리고 사지(死地)에서 생환했다는 정치적 명분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아무리 보수정당이 지지율이 낮다해도 이곳은 옛 새누리당 텃밭이다.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선거구역이 관할구역과 같거나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전까지, 해당되지 않을 경우 선거일 30일전까지 공직을 그만 둬야 한다. 아직 안 지사가 최종 선택을 하기까지는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 안 지사는 도지사 3선 도전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택지를 놓고 마지막 고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또다른 정치 도전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