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93세) 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메시지 역할을 위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일 이어진 설전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 고조된 군사적 긴장감이 완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앙일보는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는 박 교수가 지난달 28일 조지아주 섬터 카운티 플레인스에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그를 면담한 결과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처럼 북한 최고 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다”며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협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방북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이 언론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정부의 특사 파견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6월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워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방북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낸 인물이다.
당시 서울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그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 개발 동결을 약속 받았다.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등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남북 정상회담도 주선했다. 그러나 94년 7월8일 김 주석이 사망하는 바람에 남북정상 회담은 결렬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