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질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싫어할 겁니다.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죠. 개인적으로는 작품에 100% 만족합니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로 돌아온 매튜 본(46) 감독의 자신감은 스코어로 증명됐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7일 개봉한 ‘킹스맨2’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사상 최고 오프닝 기록 경신을 시작으로 흥행 질주를 펼쳤다. 어느덧 420만(영화진흥위원회·8일 발표) 관객이 응답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상영실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만난 매튜 본 감독은 “다시 ‘킹스맨’ 시리즈를 제작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속편을 만든다는 걱정과 두려움에 주저하기보다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에 큰 기쁨을 느꼈단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서 평범한 영국 청년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특급 요원 해리(콜린 퍼스)의 도움으로 비밀 첩보조직 킹스맨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면, 이번 편에서는 능숙한 요원으로 성장한 에그시가 중심이 되어 거대 마약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맞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킹스맨2’에서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지점은 해리의 귀환이었다. 해리를 되살린 이유에 대해 매튜 본 감독은 “해리가 없는 ‘킹스맨’은 마음이 아프지 않나. 콜린 퍼스와 다시 일하고 싶기도 했다. 관객들도 해리가 등장하는 ‘킹스맨’을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만약 제가 마케팅을 담당했다면 예고편에 콜린 퍼스를 등장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극 중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이 해리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죠. 해리의 활약이 전편보다 덜해 실망한 관객들이 계시다고요? 그 분들은 아마 해리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면 더 실망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스테이츠맨이란 조직이 새로이 등장하고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다소 ‘미국스러운’ 분위기가 짙어졌다. 골든 서클의 수장 포피 역의 줄리안 무어와 스테이츠맨의 일원인 할리 베리, 채닝 테이텀, 제프 브리지스 등 배우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매튜 본 감독은 “전편의 경우 영국스러움이 담겼다면 ‘킹스맨2’는 미국의 모습, 미국이란 어떤 나라인지 나타내고자 했다”면서 “세계관은 더 확대될 수 있다. ‘코리안맨’도 가능하다. 기회가 된다면 각 국가의 문화와 속성을 다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세 번째 시리즈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뤄야 할 이야기가 넘치다 보니 영화상에서 편집된 분량이 적지 않다. 감독판 개봉 여부에 대해 매튜 본 감독은 “현재로선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멀린과 진저(할리 베리)의 러브라인, 포피의 뒷이야기, 해리가 다시 훈련받는 장면 등 좋아하는 신들이 많이 빠졌다. ‘아마도’라는 답이 맞을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극 중 여성의 성기에 위치 추적기를 삽입해 악당을 찾아내는 설정과 관련해 불거진 ‘여혐’ 논란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반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해당 장면 20초 전에 여성이 오히려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에 대해선 전혀 문제를 삼지 않더라. 추적기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에 대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킹스맨’ 시리즈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유니크한 액션과 유머, 그리고 독창적인 표현력 덕분이다. 이토록 빛나는 창의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매튜 본 감독은 “일단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나는 늘 열린 사고를 가지려 노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반가운 소식 한 가지는 머지않아 ‘킹스맨’ 세 번째 시리즈를 만나게 될 거라는 사실. 이번 편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채닝 테이텀은 다음 편을 위해 남겨둔 역할이라는 게 감독의 말이다. 3편을 선보인 뒤에는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 작품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시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편 흥행에 대해서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 역시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함 때문입니다. ‘킹스맨’의 팬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편이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아 그 ‘팬심’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