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 등과 모의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청원을 계획하는 등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일이야말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내고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악성 댓글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도 실추시키는 정치공작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씨와 보수단체 간부 B씨 간의 오간 이메일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벨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명박정부 국정원이 국가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이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에만 혈안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치고 성공할 수도 없다”라고 말한 일도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에만 골몰하며 되지도 않는 물타기 중”이라며 “‘국익’이니 ‘퇴행’이니 오히려 우기니 적반하장도 이제 정도껏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인 보수단체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아 정부정책을 옹호하고, 야당 정치인과 진보단체를 비난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검찰에 관련 기록을 넘겼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서거한 뒤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추모열기가 형성되자 이들이 고인을 헐뜯는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보수단체는 2010년 3월 김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에서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이 출범할 때도 이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매도했다. 이 단체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은 6·15공동선언을 통해 헌법 정신에 반하는 연방제 통일에 합의했던 사람”이라며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부정한 공작과 거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