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하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에게 법원이 난민 신분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를 믿는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이란인 A씨(24)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김 판사는 “A씨가 이란으로 귀국하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서 정한 난민에 해당돼 이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란 출신 무슬림인 A씨는 2010년 7월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입국해 생활하다가 이듬해 친구의 전도로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를 다니게 됐다. 이후 기독교로 개종한 A씨는 지난해 5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는 그해 6월 그가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는 경우에 속해있지 않다며 난민 신청을 거절했다. 이어 법무부에 낸 이의 신청도 잇따라 기각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슬람 국가의 특성을 설명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은 이슬람에서 다른 종교로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배교 행위를 사형에 처하는 범죄로 정하고 있다”며 “이란 헌법 역시 무슬림 시민의 개종 권리를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의 많은 종교학자가 변절자나 신성모독자를 재판 없이 살해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에서는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취급하고 실제 이란 정부도 사회질서 혼란, 정부전복 음모, 반정부활동 등을 사유로 들어 이들을 체포·구금하고 있다”며 “A씨가 이란으로 귀국하면 형사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고 적법절차에 따라 보호를 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A씨가 2011~2012년 고모에게 개종사실을 알린 후 이란의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김 판사는 “A씨의 가족들이 그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이란 정부당국에 A씨의 개종이 알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설령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A씨가 이란에 귀국하면 박해를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종교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이 역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