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길 내준 이승엽 “이번 은퇴도 잘 한 선택”

입력 2017-10-07 11:02
【대구=뉴시스】김동민 기자 = 대구시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7회말 1사 1루 상황 삼성 5번 이승엽이 2016년 9월 7일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41)의 아름다운 퇴장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1995년 삼성라이온스에 입단한 뒤 23년 동안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며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기쁨을 줬던 그는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 종료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고별사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삼성 선수가 꿈이었다. 그 꿈을 이뤘다. 그 꿈을 이루고 팀의 우승, 은퇴식까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너무나도 영광스럽다”며 “프로야구 23년을 뛰면서 정말 기뻤던 날, 슬펐던 날이 너무 많았다. 그 슬럼과 어려움도 지금 이 자리에서 만큼은 잊어버리고 싶다”고 은퇴의 감격을 표현했다.

 이어 후배들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이승엽은 “야구선수 이승엽은 이제 사회로 떠난다. 여기에 남은 많은 후배들이 있다. 삼성 선수들에게 더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시면 다시는 프로야구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가 속한 삼성라이온스 팀이 지난 두 시즌 9위에 머물렀다.

 그는 이날 경기 전 외신기자들이 “왜 이렇게 빨리 은퇴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구단에서는 은퇴를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팀이 지난 두 시즌을 9위로 마치며 선임으로서 책임을 느꼈다. 또 내가 은퇴함으로써 2군에서 1군만 바라보면서 뛰는 선수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나는 것이다. 그는 이날 국내 언론과의 현역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야구를 시작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승엽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은퇴도 잘 한 선택이다. 후배들이 새롭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외신 기자는 “이승엽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항상 잘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전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면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자리에 선다”며 “실패나 실수가 있었지만, 위기에 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한민국만의 끈끈한 선후배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국가대표 팀원 전체에게 그 공을 돌렸다.

 이승엽은 은퇴식에서 타석에서 타격하는 액션으로 마지막 타석을 끝낸 뒤 배트는 김상수에게, 마지막 유니폼은 구단에 반납했다. 관중들에 이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승엽은 동료들의 헹가래와 축포 속에 은퇴식을 마쳤다. 관중 2만4000여명은 “오~ 오~ 이승엽, 삼성의 이승엽~”을 부르며 이승엽의 마지막을 끝까지 응원했다. 

 국민들과 팬들은 “당신은 최고였다” “국민타자하면 이승엽이 떠오른다”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