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청··· 국무부는 신중, 북한은 발뺌

입력 2017-10-06 11:41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불려나 엿새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진=온라인 캡처

미국 상원의원 12명이 미 국무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USA투데이와 ABC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날 "법적 기준 아래에서 신뢰할 만한 증거가 뒷받침되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서한을 보낸 상원의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각 6명씩이다. 로버트 포트먼(오하이오) 공화당 의원과 마크 워너(버지니아) 민주당 의원이 서한 발송을 주도하고 그동안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를 이어온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등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번 서한은 북한에 억류됐다 뇌사 상태로 송환돼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가 거듭 부탁해 작성됐다.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부부는 지난달 27일 폭스뉴스 방송에 나와 웜비어가 북한에서 각종 고문을 당했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이후 여야 상원의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을 받은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이날 "여러 출처로부터 나온 모든 북한 정보와 첩보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무부는 '북한의 행위들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위한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혀왔다. 애덤스 대변인의 이번 답변도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미 정치권에서는 지난 2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되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웜비어가 숨지자 이 주장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국무부는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뒤 9년째 재지정하지 않고 있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됐지만 지난 7월 발표한 테러국가 보고서에서도 북한은 빠졌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고위 관리가 '북한은 웜비어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외무성 고위 관리라고 밝힌 조강일은 최근 방북한 NYT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를) 살리고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북측) 간호원들과 의사들이 진짜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수고를 했다"며 "치료와 간호에 든 돈으로 계산하자면 얼마나 들어갔는지, 굉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학이 발전했다고 하는 미국에 가서 6일 만에 죽었다는 것은 완전히 의문스럽다"며 "미 행정부나 그 어떤 사람들이 미국내 반공화국 적대감이나 여론을 더 조장시키고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라는 트럼프가 트위터에다 웜비어가 체계적으로 고문당했다는 황당한 글을 올렸다"며 "트럼프는 미치광이이고 완전 깡패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