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은 흥에 취한 청년들로 가득했다. 갈란티스(Galantis) 등 유명 DJ가 출연하는 뮤직 페스티벌을 찾은 이들이었다. ‘둥둥’ 거리며 흘러나오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몸을 맡긴 젊은이들은 밤 11시까지 축제를 즐겼다. 맥주와 칵테일을 주문하는 줄은 공연 막바지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장인 김모(25·여)씨도 이날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찾았다. 김씨는 “공연일이 연휴 한 가운데라 사람이 많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며 웃었다.
긴 추석 연휴가 명절 풍경을 바꾸고 있다. 고향을 찾아 며칠씩 머물고 음식을 나눠먹는 대신 가족·친구끼리 나들이를 떠나거나 혼자서 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명절이라는 이름보다 연휴라는 데 더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5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834명에게 추석 귀향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39.4%는 ‘귀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귀향 계획이 없는 이유는 ‘그냥 편하게 쉬고 싶어서’(37.1%, 복수응답) ‘여행 등 다른 계획이 있어서’(19.5%) 순이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대신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는 집에서 휴식한다(58.7%, 복수응답)는 답이 가장 많았다. 여가 및 문화생활(31.9%)을 하려는 이들과 여행(28.9%)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다시없을 긴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는 이들도 많다. 유모(56)씨는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일본여행을 떠났다. 평소 명절 같았으면 처가와 본가에 머물며 연휴를 보냈겠지만 이번 추석에는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갔던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대신 돌아오는 설 연휴에는 고향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낼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가는 여행객은 약 2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여행 대신 짧게나마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몇 배로 뛴 항공권 가격이나 연휴를 전부 쉬지는 못하는 시간 사정 등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인 최모(26·여)씨도 친구들과 6일 강원도 양양으로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고향에는 추석당일까지만 머무르면 돼서 5일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대부분 여행지의 버스표나 항공권이 매진돼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최씨는 “연휴가 길다보니 가족간의 시간도 보내고 평소 바빠서 여행을 가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잠깐이나마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