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남한산성’ 설전…박원순 “외교적 해법” 홍준표 “군주의 무능”

입력 2017-10-05 14:19
여야 정치권이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와 주화파의 논쟁을 다룬 영화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외교적 해법을 통해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군주의 무능’을 강조하며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공세를 쏟아냈다.

홍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관람 소감에서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됐다”고 적었다. 이어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전란의 참화를 겪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무능과 신하들의 명분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현 정권에 대한 ‘안보무능’ 프레임을 다시 한 번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핵 위기에 한국 지도자들이 새겨봐야 할 영화”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에 앞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개봉된 남한산성을 관람했다”며 “하염없는 눈물과 함께 끝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이 잘못된 현실판단과 무대책의 명분에 사로잡혀 임진왜란에 이어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적 분쟁이나 전쟁에 앞서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오늘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보수 야권의 대북 강경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은 작가 김훈의 유명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636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인조와 신하들의 47일간을 다룬 영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