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일 목사 묵상] 마중물 한 바가지

입력 2017-10-04 11:23
가평 가락재영성원 정광일 목사 제공

수도 시설이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던 시절, 집 안의 우물과 펌프는 식수를 제공하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것은 번거롭고 힘든 일이었는데, 손잡이를 위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를 몇 번 반복하면 샘물이 연이어서 퀄퀄 흘러나왔지요. 

이런 펌프질을 위해서는 먼저 물 한바가지를 채워 넣곤 했는데, 그 물이 있어야 아래의 물을 품어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마중물입니다.

어느 사람이나 물 한바가지를 필요로 할 때가 있고, 어느 사람이나 남에게 건네 줄 물 한 바가지는 지니며 살지요. 결정적일 때 그런 물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이른바 ‘생수’가 됩니다. 

 이를 통해 해갈의 기쁨, 해원의 만족, 해소의 감동이 일어납니다. 마중물이 해결사 역할을 해 주는 겁니다. 마중물 한 바가지가 깊이 있는 지하수를 끌어 올리듯이, 그런 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모임이라면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겠지요. 

 진정한 영적 공동체라면 서로에게서 깊은 곳에 감추어진 보화를 캐내주며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모임일 테니까요. 나는 너에게 그리고 너는 나에게 한 바가지 마중물이어라!

“그대는 동산의 샘, 생수가 솟는 우물, 레바논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어라.”(아가 4:15)

◇정광일 목사
가평 가락재영성원원장, 연세대 철학과 장신대 대학원 수학,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수학, ‘떼제’ ‘라브리’ 공동체 순례 영성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