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사퇴에 남경필 아들 파문까지, 바른정당 '한숨'

입력 2017-10-04 09:50

바른정당이 제19대 대선 패배 이후 '이혜훈 체제' 출범으로 재정비를 꾀했지만 이 대표가 사퇴하고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마약 파문까지 더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6~7%대에 머무르고 있고, 지역적 기반도 영남에서는 자유한국당에 밀리고, 수도권에서는 여당에 밀리면서 애매해졌다. 이념적으로도 '개혁보수'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보수이념을 강조하다보니 '스탠스가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터진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였다. 이 전 대표의 자진사퇴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차기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당내 자강파와 통합파가 정면 충돌하면서 내홍이 일었다. 이 가운데 남경필 경기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의혹은 당 전체의 존립을 흔들고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11월 13일 조기 전당대회 이전에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팽배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결성을 추진키로 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현실화 되고 있다. 양당 중진들이 바른정당 전대 전에 구체적인 통합메시지를 내겠다고 밝혀 벌써부터 '김빠진 전대'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당내 최대 주주인 유승민 의원이 당권도전에 나서면서 바른정당이 '유승민 깃발' 아래 재도약을 이룰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김무성 의원이 '유승민 비대위' 출범에 반대하면서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듯이 당내에서는 '유승민 사당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일부 통합파 의원들이 출당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바른정당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역시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과 유 의원 두 명뿐이다. 바른정당이 내분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11·13 전당대회를 전후해 통합파 의원들이 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은 10∼12명으로 추산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