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현역 마지막 인터뷰…일문일답

입력 2017-10-03 23:26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 앞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타자’ 이승엽이 3일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이승엽의 등번호 36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아래는 은퇴식 인터뷰에서 이승엽의 일문일답.

- 눈물의 은퇴식이었다.

“이수빈 구단주를 뵙고 처음 눈물이 났다. 2012년 구단의 허락이 없었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 류 감독님과 김인 당시 사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평생 감사 인사를 할 것이다.”

-전광판 은퇴 영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머니 나오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야구하는 막내아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본인 건강을 챙기지 못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잘 보살피지 못한 게 한이 된다. 그동안 어머니라는 단어를 잊고 있었다. 내가 더 성숙한 아들이었다면 지금도 살아계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입고 있던 유니폼을 반납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에서 15시즌을 뛰었다. 팀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해가 된 적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때문에 집중해서 플레이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하고 싶다.”

-은퇴경기에서도 홈런 2개를 쳤다.

“아버지(이춘광씨)와 아들이 경기장에 왔고, 팬들도 많이 와주셨는데 송구스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우리 팀이 승리했다. 내가 빠지지만 남은 후배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

-홈런을 2개나 칠 것이라고 예상했나.
“경기 전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다. 지난주에 쉬다보니 배트가 더 잘 돌아간 것 같다.”

-너무 이른 은퇴가 아닐까. 은퇴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떠나야 할 때를 잘 잡았다. 물론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 후배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더 집중력 있게 경기했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2년 연속 팀이 9위를 하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 떠나게 돼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

“야구를 시작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부모님이 반대를 했지만 고집으로 야구를 시작했따. 그때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승엽은 없었을 것이다. 이후 모든 선택은 내가 했고,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은퇴도 잘 한 선택이다. 후배들이 새롭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

“차례를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쉬고 싶다. 모레부터는 골프를 치러 갈 생각이다.”

-마지막 응원가를 들을 때 심정은 어땠는가.

“좋은 응원가라고 생각했다. 정말 많은 걸 받고 누렸다. 은퇴식이 열린 오늘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국민타자라는 타이틀이 힘들지는 않았나.

“힘들었다. 유명인으로 사는 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다. 국민타자라는 이름이 나를 짓누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 그래도 그 타이틀이 나를 더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등번호 36번은 무슨 의미인가.

“사실 36번을 싫어했었다. 신인 때 어쩔 수 없이 택한 번호였다. 그런데 3년째 최우수선수를 받으면서 ‘36이 내게 맞는 번호’라고 생각했다. 이젠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