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에도 계속되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YTN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60대 김모씨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보도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편하게 쉴 수 없는 좁은 경비실에서 온종일 일한다. 성인 남성이 팔을 다 펴지 못할 정도로 비좁다.
심지어 사무실 안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서서 식사를 해결했다. 화장실 변기를 타고 올라오는 역한 냄새와 비위생적인 공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야간 근무를 마친 김씨가 마땅히 휴식을 취할 곳도 없다. 경비실 내에 몸을 눕히기 위해서는 머리를 변기 쪽에 둬야 한다. 김씨는 “냄새가 올라오는데 재래식 화장실에서 용변 보고, 밥 해 먹고, 잠자고. 완전 현대판 노예”라고 토로했다.
김씨를 향한 부당한 업무 지시도 문제였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 7월 제헌절을 앞두고 태극기를 달라고 지시한 뒤 업무 처리가 늦었다며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김씨는 “태극기 게양은 공무원의 업무”라며 항의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나이 먹어서 노망이 들었냐”며 되레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이후 김씨가 국가인권위원회와 청와대에 진정을 넣자 아파트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는 김씨를 다른 아파트에 인사이동 시켰다. 해당 아파트는 출근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에 있었고, 김씨는 지각이 잦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인권위가 경비원의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대책 마련을 정부에 권고하는 등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비원들의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시키는 ‘갑질’을 금지하는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갑질을 처벌할 규정이 없으며, 부당한 지시의 범위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아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부당한 지시를 받을 경우 경비원 본인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경비원들은 당장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어 이를 묵묵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