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고통받고 있는가” 레이디 가가 프로듀서 가리베이

입력 2017-10-03 16:49 수정 2017-10-03 21:46
세계적인 디바들을 프로듀싱한 페르난도 가리베이 프로듀서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세계적인 디바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휘트니 휴스턴과 작업한 미국의 정상급 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뮤콘)’ 기자회견에서 만난 가리베이는 회견이 시작할 때 “안녕하세요”, 끝날 때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면서 방한한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가리베이는 뮤콘을 계기로 한국 힙합 가수 크러쉬와 작업한 소감부터 자신의 음악관,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한국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영광”이라고 수차례 기쁨을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른 국가와 문화의 아티스트 간 협업 기회가 늘어나는 흐름을 일컫는 ‘월드뮤직 2.0’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래는 가리베이와 일문일답.

크러쉬와 곡 작업 과정은 어떠했나.

“크러쉬와 곡 작업은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이런 협업은 새롭고 낯선 것이라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했다. 크러쉬는 너무나 친절히 잘 따라와 줬다. 내가 곡을 주고 크러쉬가 가사를 썼다. 누군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내용이다. 장르는 어쿠스틱 러브송, 제목은 ‘레이 유어 헤드 온 미(Lay your head on me)’다.”

“그동안 작업한 가수들은 내 프로덕션이 쓰는 비싸고 화려한 사운드를 좋아했다. 하지만 크러쉬는 이와 반대로 아주 단순하고 작업을 많이 거치지 않은(organic) 곡을 택했다. 크러쉬가 내가 오래 전부터 해 오던 전통적인 방식의 음악을 선택해줬다는 것이 굉장히 흥분되고 좋았다.” 가리베이와 크러쉬가 협업한 곡의 음원은 연말 중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처음이었다. 앞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길 바란다. 미국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원격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곡 작업을 하면 스튜디오에서 같이 작업한다. 하지만 이번엔 멀리 떨어져 작업해야 했다. 먼 거리에서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다른 한국 아티스트는.

“지금은 없다. 크러쉬와 작업을 하는 건 공동체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레이디 가가 등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관계를 먼저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고 관계를 맺고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곡 작업보다 우선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기회를 찾는 것이 맞다. K팝을 정말 좋아해서 이런 준비가 돼 있다(웃음).”

“엑소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R&B 가수들은 스타일과 퍼포먼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R&B 가수들은 굉장히 정교하고 세련됐다. 서양 음악에 관한 지식 또한 무척 풍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K팝이 서양의 R&B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를 통해 서양의 R&B에 거꾸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방향이다.”

어째서 문화와 국가 간 협업이 필요한가.

“필수라기보다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K팝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는 건 정말 영광이다. 전 세계는 점점 작아지고 시장은 개방하고 있다. 서양 음악보다 그 외의 음악이 더 성공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 교류를 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K팝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독특한 부분도 있다. 이것이 K팝이 듣기 좋고 인기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K팝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팝적인 요소에 레게와 일렉트로닉 음악을 조금씩 모두 느낄 수 있다. 계속 협업을 하면서 더 많은 장르를 곡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흥분이 된다. 목소리에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웃음).”

페르난도 가리베이 프로듀서와 작업한 힙합 가수 크러쉬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히스패닉 음악의 열풍은 계속될까.

“월드뮤직 2.0 시대, 새로운 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북미 최고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한 ‘데스파시토(Despacito)’가 좋은 예다. 푸에르토리코 가수 루이스 폰시와 대중적인 저스틴 비버의 만남.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양쪽이 결합하면서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던 거다. 두 거물의 결합이 내는 파급효과는 기하급수적이다.” 루이스 폰시의 라틴 팝 데스파시토는 처음엔 스페인어로 발표돼 남미권에서 인기를 끌다 저스틴 비버가 지난 4월 리믹스 버전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인 열풍을 몰고 왔다.

“난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남미에서 인기가 무척 많다. 남미 중 특히 멕시코를 선두로 팬덤이 두터워지고 있다. 멕시코는 새로운 문화에 열려 있어 큰 성장이 기대가 된다. 단순히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의 교류라는 큰 맥락에서 봤을 때 중요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곡 작업 시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졌던 철학이다. 이런 음악관은 인생관과도 통한다. 누군가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누군가 그 사람을 위해 마음 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음악을 만들 때 요즘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누구고 관심이 필요한 이들이 누군지 묻는다. 오늘날 더 필요한 생각이라고 믿는다.”

“음악을 만들 때 감정적 접근법과 양적 접근법을 모두 사용한다. 대부분 프로듀서들은 음악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쓴다든지 그 반대로 하든지 각자 방법이 있다. 내 경우는 긍정적인 사고를 토대로 한 방법을 쓰고 있다.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음악을 만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먼저 품고 시작한다. 그런 긍정성이 계속 증대되고 양적인 성장까지 다다른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목표를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 음악 관계자를 많이 알고 크러쉬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외에 하나 더 있다면 교육이다. 음악 산업에서 교육은 중요하다. 음악을 가르치는 기관 설립은 임무라고 생각한다. 커리큘럼도 이미 개발했다. 교육은 문화를 한데 모으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작업이다. 작곡가 프로듀서 아티스트를 양산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버드대와 MIT 스웨덴의 음악학교에서 작곡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과 K팝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