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 직후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소 짓고 있는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계정의 주인은 이 남성이 자신의 형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형이 오늘 라스베이거스에 갔는데, 지금 전화를 받지 않아요. 형을 보신 분 있나요? 도와주세요, 제발!"
형이 라스베이거스 참사에서 희생됐을지 모른다며 도움을 호소한 이 글과 사진은 몇 시간 뒤 '가짜'로 판명됐다. 영국 BBC 방송은 사진 속 인물이 음식 리뷰 등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TheReportOfTheWeek'의 운영자로 확인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 가지도 않았고 지금 멀쩡히 살아 있다.
그의 사진은 지난 5월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영국 맨체스터 테러 직후에도 '희생자'로 둔갑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 맨체스터 테러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죽었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그는 당시 "나 안 죽었어요"라는 내용의 '비디오 성명'을 제작해 공개했다.
맨체스터 테러와 라스베이거스 참사에서 잇따라 '가짜뉴스'의 주인공이 돼버린 이 유튜버의 사진처럼 희생자 및 테러범과 관련한 가짜 정보가 참사 직후부터 소셜미디어에 쇄도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코미디언 샘 하이드도 이 유튜버와 비슷한 처지가 됐다. 그가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에 희생됐다는 글과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확산됐지만, 역시 거짓 정보였다. 하이드는 2015년 오리건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 15명이 숨졌을 때도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당시 CNN조차 방송에 그의 사진을 내보내며 희생자로 보도했을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범과 관련된 가짜뉴스도 자극적인 이미지와 함께 확산됐다. 야산에서 남성 너댓명이 자동소총 등 총기를 손에 들고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사람은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용의자들이 함께 찍은 극소수 사진 중 하나"라는 설명을 붙였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경력까지 수록된 이 정보는 라스베이거스 사건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공격수 에덴 해저드 등 유명 운동선수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희생됐다는 가짜뉴스도 잇따랐다. BBC는 대형사건이 가짜뉴스의 홍수로 이어지는 현상은 이미 '공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정보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는데 사실 확인은 쉽지 않은 사건 초기를 노려 이 같은 허위 정보가 유포되곤 한다는 것이다.
BBC는 왜 이런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지 묻기 위해 온라인 메신저 등으로 계정 소유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응답해온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